[단독]대법원, "투자상품 권유한 증권사도 투자자 손실 배상해야" 첫 판결

입력 2015-02-12 06:53 수정 2015-02-1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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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임계약'에 따라 금융상품 투자를 권유한 증권사도 투자위험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의 잘못이 있다면 고객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증권사가 직접 상품을 담당한 게 아니라 중간에서 상품을 소개하고 계좌를 개설해주는 데 그쳤더라도,금융상품 판매자와 동일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의 첫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투자자 이모(68) 씨와 백모(77) 씨가 A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판결로 A증권은 이씨에게 3200여만원, 백씨에게 2400여만원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

이씨는 2011년 5월 A증권을 통해 B자문사의 금융상품을 소개받았다. B자문사와 A증권이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한 데 따른 것으로, 코스피200 주가지수 변동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변동하는 선물옵션 거래 상품이었다.

A증권은 주가변동에 관계없이 수익을 내고 손실이 크지 않은 안전한 상품이라고 소개했고, 이씨는 A증권에 계좌를 개설하고 이 상품에 2억4300여만원을 투자했다. 백씨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쳐 1억5100여만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2011년 코스피200 주가지수가 급락해 이씨는 2억3000여만원을, 백씨는 1억2000여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이씨 등은 "투자손실위험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으니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A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증권은 "B자문사와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해 거래 증권사로서 상품을 소개해주고 거래수수료만을 취득했을 뿐, 투자수수료나 운용성과료 등의 이익을 얻은 바 없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대법원, "직접 상품 취급하지 않아도 증권사 배상책임 인정"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자에 비해 전문성과 정보가 부족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투자권유시 설명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그 의무준수의 주체를 '금융투자업자'로 정하고 있을 뿐, 직접 취급하는 상품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자에 한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상품을 단순히 소개하는 정도를 넘어 계약 체결을 권유했고 고객이 투자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그 권유를 중요한 판단요소로 삼았다면, 그 금융투자업자는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1,2심도 이씨와 백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A증권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증권사 '입소문 마케팅' 제동 걸릴 듯

이번 소송에서 이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한결의 김광중 변호사는 "증권사들이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하고 소위 '입소문 마케팅'을 하는 일이 많은데, 대법원이 이러한 관행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 외에도 30여건의 유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A증권이 투자를 권유한 상품은 무한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선물옵션 거래였는데도 안전한 것처럼 판매를 했다"며 "투자자들은 직접 판매를 하지 않는 회사가 상품을 권유한다는 점에서 더 신뢰를 하기가 쉬운데,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 증권사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유사한 방식으로 투자일임계약에 따라 금융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투자회사가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소망의 신용균 변호사도 "그동안 증권사와 금융상품 판매회사가 투자자문 계약을 체결해 고객유치를 많이 해 왔는데, 투자손실이 발생한 경우 모호했던 고객보호 의무 범위를 확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며 "유사한 다른 사례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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