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호] "일왕의 머리에 폭탄을"…우리나라 첫 여성비행사 권기옥을 아시나요?

입력 2019-04-03 18:27 수정 2019-04-0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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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는 우리나라 최초의 제품이나 장소, 1호 가게 등을 찾아가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이야기를 들어보고 관련 산업을 이야기해 보는 코너입니다. 다양한 산업에서 '우리나라 최초', '우리나라 1호' 타이틀을 가진 제품과 장소, 가게 등을 통해 이들의 성공신화, 혹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비행사 권기옥(이재영 기자 ljy0403@)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비행사 권기옥(이재영 기자 ljy0403@)

4월 11일은 정부가 국가기념일로 제정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기념일'이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기념일'을 기념해 이번 '대한민국 1호'에서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숨은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봤다.

그 주인공은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 선생이다.

19세기 후반 하늘을 날고자 하는 많은 도전이 있었다. 1896년 여름 글라이더를 타고 세계 최초로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한 독일인 오토 릴리엔탈이 비행 실험 도중 추락해 사망했다.

이런 슬픈 소식은 오히려 라이트 형제(오빌 라이트ㆍ윌버 라이트)의 하늘을 나는 기계를 만들어내겠다는 꿈에 불을 지폈다. 라이트 형제는 단순한 글라이더가 아닌 동력을 이용해 하늘을 나는 기계에 관심을 가졌다.

마침내 1903년 12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키티호크 인근 킬데빌 언덕에서 동력 기계를 타고 하늘을 나는 첫 비행에 나섰다. 하지만 첫 비행은 실패였다. 사실상 이륙도 하지 못한 채 다음 비행을 기약해야 했다.

3일 후 라이트 형제는 같은 장소에서 다시 비행 시도에 나섰다. 이들이 준비한 플라이어호는 엔진에 시동이 걸리면서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고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후 프로펠러의 힘으로 날아간 플라이어호는 돌연 아래로 추락했고 모래밭에 착륙했다. 당시 비행시간은 12초였고, 비행거리는 36.5m였다. 이 비행은 인간을 태운 기계가 자체 동력으로 공중을 비행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라이트 형제는 사람이 하늘을 나는 낭만을 꿈꿨다면 그로부터 20년 후 대한민국에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푸른 하늘을 날아 일본으로 폭탄을 몰고 가겠다"는 꿈을 꾼 이가 있었다. 바로 권기옥이다. 권기옥은 일제강점기 남경 국민정부 항공서 부비항원, 대한애국부인회 사교부장 등을 역임한 독립운동가이자 비행사다.

1919년 평양 숭의여학교 재학 중 3·1 독립만세운동에 참가한 권기옥은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고 공채를 팔아 송금했다.

특히 권기옥은 일제강점기, 힘없는 백성들이 일본제국주의라는 닭장에 갇혀 점점 나는 법을 잊어가는 닭과 같다고 생각했고 스스로 날개를 꺾는 어리석은 새가 되지 않겠다며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마음에 품었다.

독립운동에 참여하면서 일본 경찰의 감시 대상이 된 권기옥은 급기야 일본 경찰을 피해 중국으로 망명하게 됐다.

(이재영 기자 ljy0403@)
(이재영 기자 ljy0403@)

1920년 상하이(上海)로 망명한 그는 중국운남육군항공학교 제1기생으로 입학해 1925년 졸업했다. 권기옥은 1924년 단독비행까지 무사히 마치며 학교를 졸업했고,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가 돼 장제스의 국민혁명군 항공사령부 소속 비행사로 합류했다.

권기옥은 단순히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이 아닌, 일본에 폭탄을 투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마침내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조선총독부를 폭파하고자 하니 비행기를 준비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비행기를 살 돈은커녕, 빌릴 돈도 없었다. 결국, 그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1932년 상하이 전쟁이 벌어지자 중국 측에서 일본을 상대로 맞서 싸웠다.

그리고 3년 후인 1935년 장제스의 부인인 송미령 중국항공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 청년들에게 공군의 멋짐을 알리겠다며 권기옥을 앞세운 선전비행을 제안했다. 권기옥은 종착지가 일본 도쿄임을 확인하곤 일왕의 궁전에 폭탄을 쏟아부을 계획을 세웠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권기옥은 이날이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그의 꿈은 무산됐다. 선전비행을 앞두고 일본군이 베이징에 인접한 펑타이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는 대학생들의 대대적인 항일 시위가 이어졌고, 정국이 불안해지자 계획 자체가 취소됐다.

1943년 여름에는 권기옥은 중국 공군에서 활동하던 최용덕, 손기종 비행사 등과 함께 한국 비행대 편성과 작전계획을 구상했다. 1945년 3월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무부가 임시의정원에 제출한 '한국광복군 건군 및 작전 계획' 중 '한국광복군 비행대의 편성과 작전'이 그 결실이었다. 미국과 중국에서 비행기를 지원받아 한국인 비행사들이 직접 전투에 참여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인데, 일본이 예상보다 일찍 패망하며 이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다.

광복 후인 1949년 귀국한 권기옥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문위원을 맡아 한국 공군 창설의 산파 역할을 했다.

정부는 권기옥의 공로를 인정해 1968년 대통령 표창, 1977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국민장을 수여했다. 사망 후엔 국립묘지 애국지사묘에 안장했고, 국가보훈처는 2003년 8월 권기옥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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