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간다] "고주망태? 이젠 아니죠" 모든 세대가 즐겼던 할로윈데이 거리 풍경①

▲10월 31일 오후 이태원의 한 거리에서 아이들이 드라큘라 코스프레를 한 채, 할로윈데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10월 31일 오후 이태원의 한 거리에서 아이들이 드라큘라 코스프레를 한 채, 할로윈데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10월 31일은 '할로윈데이(Halloween day)'다. 추석도 설날도 아니고, 먼 나라 축제다.

무엇이 유래고, 딱히 기념해야 할 이유도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산타 할아버지가 머리맡에 걸어둔 양말 속에 선물을 두고 가는 크리스마스가 내게는 유일무이한 축제였다.

할로윈데이 당일 이태원을 찾아가며 반신반의 우려가 들었다. 할로윈데이가 되면 경찰들이 날 선 눈빛으로 순찰을 하고, 한숨을 쉬어가며 쓰레기 정리에 나서는 환경미화원의 기사를 접한 터였다.

"SNS에 자랑질하고 싶어 유난 떤다"는 생각에 잠시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홍대, 이태원' 등 할로윈데이면 특수를 맞는 곳이 젊은이들의 상징인 장소이기 때문에 그들만의 축제일 테고 말이다.

▲이태원의 한 거리에서 아이가 삐에로 분장 메이크업을 받고 있다. 얼굴 전체를 분장하는 비용은 2만~3만 원 선이다.
▲이태원의 한 거리에서 아이가 삐에로 분장 메이크업을 받고 있다. 얼굴 전체를 분장하는 비용은 2만~3만 원 선이다.

"사탕주세요" "업, 없는데…어쩌지?"

이태원역에 내려서 조금 걸어가니 얼굴에 분장을 해주는 곳이 눈에 띄었다. 얼굴에 피를 흘린 듯한 분장을 하는데, 가게마다 달랐지만 가격은 1만~3만 원선이었다.

대부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들이 들뜬 표정으로 메이크업을 받고 있다. 그 사이로 초등학생 정도의 남자아이가 메이크업을 받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11살 아들을 둔 40대 김 씨는 남양주에서 이태원까지 아들의 손을 잡고 왔다. 그는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왔다. 얼굴 분장에 3만 원 정도가 들었다. 아들이 좋아하니 돈이 아깝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라며 아들의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분장을 받는 아이의 눈에서는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했다.

조금 더 걸어가니 또 한무리의 아이들이 있었다. 아빠의 목말을 타고 나온 꼬마와 유모차에 실려 온 갓난아기도 많았다.

▲한 여자아이가 좀비 분장을 받으며, 괴기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엄마는 연신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다.
▲한 여자아이가 좀비 분장을 받으며, 괴기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엄마는 연신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다.

초등학생 아들 둘과 어린 딸을 대동하고 이태원을 찾은 또 다른 엄마는 "코스프레 의상은 집에서 미리 준비했다. 각각 1만 원씩 내고 얼굴에 분장을 시켜줬다. 제법 만족스럽다"라고 웃었다.

인터뷰 중 "사탕 주세요"라며 호박 바구니를 내미는 아이에게 사탕이 없다고 난처해하자 곧바로 아이의 실망한 표정이 돌아왔다. 기자가 눈치(?)가 없었다. 엄마는 "이걸 주세요"라며 조용히 사탕을 몰래 손에 쥐어줬다. "그래 동심은 지켜줘야지…."

할로윈데이가 막연하게 술 먹고 떠들썩하게 노는 날로 여겨졌지만, 실제 거리의 풍경은 생각과는 달랐다. 이곳에서만큼은 아이들은 드라큘라고 해리포터였다. 사실 할로윈데이는 어린이들이 귀신 복장을 하고 호박을 들고 다니며 "trick or treat(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예요)"를 외치는 어린이 축제 아닌가. 우리나라 10월의 마지막 날 거리 풍경도 할로윈데이 본연의 뜻과 가깝게 다가와 있었다.

"사탕주세요"라고 외치는 아이들과 각양각색 멋을 낸 20대 초ㆍ중반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은 거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스타벅스 잔 코스프레를 한 어린이가 길리슈트 의상의 젊은 남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꼬마가 들고 있는 호박 바구니에는 사탕과 초콜릿이 가득 했다.
▲스타벅스 잔 코스프레를 한 어린이가 길리슈트 의상의 젊은 남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꼬마가 들고 있는 호박 바구니에는 사탕과 초콜릿이 가득 했다.

중장년도 할로윈은 즐거운 축제

손주의 손을 잡고 나온 할아버지, 할머니도 간간이 있었다. 앙증맞은 머리띠를 나눠 쓰고 온 중장년 무리도 있었다. 60대의 한 시민은 "하도 할로윈데이, 할로윈데이 하길래 구경삼아 왔다. 이런 날은 20대 30대만 즐기라는 법 있나. 볼거리도 많고 사진 찍는 재미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태원이면 술집마다 젊은이들만 넘쳐날 것 같지만, 그 사이로 한적한 가게를 찾아 들어가는 중장년 커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중년 커플은 "주말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못 왔지만,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아쉬울 것 같아 용기 내 와봤다. 그런데 어릴 적 생각도 나고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그들도 자연스럽게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지난 주말 한차례 할로윈데이 축제를 즐겼던 탓인지, 당일은 조금 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태원 거리엔 분장한 사람이 넘쳤고, 술집마다 빈 좌석을 찾기 어려웠다.

"할로윈데이=고주망태, 천태만상"은 일부의 시민의식 부재가 낳은 편견과 오해였다. 인파 속에서도 질서가 지켜졌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행동도 딱히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일부 지나친 상술은 아쉬운 점이었다. 특수 대목을 맞아 같은 제품이라도 사가는 사람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부른다는 주인의 말은 씁쓸했다. 몇몇 가게들은 '할로윈데이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평소보다 비싼 가격에 음식을 팔았다.

몇시간 동안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남녀노소, 엄마, 아빠, 아이 할 것 없이 즐겁게 동심으로 돌아가 있었다. 몇 년 전까지 생소했던 할로윈데이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전 세대를 아우르는 하나의 축제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일부 젊은 사람들이 즐기는 외국 명절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면, 한 번 이태원을 찾는 것은 어떨까. 물론 올해는 끝났고, 내년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말이다.

▲거리에서 본 할로윈데이는 2030만의 문화가 아닌, 전 세대가 동심으로 돌아가는 하나의 축제가 되어 있었다.
▲거리에서 본 할로윈데이는 2030만의 문화가 아닌, 전 세대가 동심으로 돌아가는 하나의 축제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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