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공습’ 탈출구는?]‘안전한 채권으로’ 선진국 주식서 93억달러 이탈

입력 2014-10-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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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vs 채권시장 뚜렷한 온도차

달러화가 다시 세계시장에서 최강의 지위로 올라서면서 글로벌 자금이 발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달러 강세로 원자재 가격은 직격탄을 맞았다.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은 채권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신흥국 자산으로 몰렸던 캐리 트레이드 자금 유출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강달러에 상품시장은 ‘추풍낙엽’ = 강달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잠시 주춤했던 달러 강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9월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달러 인덱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발표 이후 84.937까지 조정됐다. 하지만 10월 둘째 주 안전자산 수요에 힘입어 다시 85.912까지 상승했다.

역사적으로 달러 가치의 상승은 안전자산인 원자재 가격과 역의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국재 원자재 값이 보통 달러로 매겨진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는 원자재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른 조건의 변화가 없을 때 기존 100달러 어치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 가치가 10% 오르면 달러 표시 상품 가격은 90달러가 되기 때문이다.

하반기 이후 심화된 달러 강세로 세계 원자재 가격은 하향곡선을 그렸다. 10월 둘째 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3.59달러까지 내려가는 등 원유를 비롯한 정유제품 가격이 일제히 큰 폭 하락했다. 브렌트유(Brent) 가격도 88.11달러까지 떨어져 장중 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일 기준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 90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8.35%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 때 온스당 2000달러 선에 육박했던 금 가격은 1200달러 선도 무너졌다가 겨우 반등에 성공했다. 황병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우려가 최근 미 3대 주가지수 등 글로벌 증시에서 투자자금이 이탈되는 가운데 안전자산(risk-off) 수요 확대는 단기적으로 금을 비롯한 주요 귀금속 가격의 강한 지지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채권’ 자금 대이동 = 달러화 강세로 주식시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한 자금이 유럽 경기둔화 우려로 이탈에 속도를 내면서 채권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1주일간 선진국 시장과 신흥국 시장 모두 주식 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해 채권 펀드로 옮겨갔다. 이 기간 동안 선진국 시장에선 93억8400만달러가 주식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이 중 미국 등 북미지역의 유출 규모가 65억600만달러로 가장 컸다. 서유럽 지역 순유출액이 16억1500만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5억1500만달러가 이탈했다.

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면서 선진국 채권펀드에 2014년 2월 이래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둘째주 선진국 채권펀드로 2014년 2월 이래 최대 규모인 151억 달러가 유입되었다. 특히 북미지역이 122억99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서유럽 지역은 18억5900만달러가 들어왔다. 신흥국 시장도 6억3800만달러가 채권 펀드에 순유입됐다.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독일 등 유럽의 경기둔화 우려가 선진국 주식펀드 자금 유출의 배경이 됐다”며 “주요국들의 공격적인 양적완화로 글로벌 금리 레벨이 전체적으로 낮아진 가운데 미 금리의 상대적인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북미 채권 펀드로 자금 유입이 컸다”고 설명했다.

◇캐리 트레이드로 신흥국 자금 유출 가속화 우려도 = 달러화의 가치가 고공행진을 지속하자 신흥국 자산으로 몰렸던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 절차를 밟을 거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통화인 달러로 자금을 빌려 고금리를 제공하는 신흥국 자산에 투자를 했던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신흥국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조짐을 보이자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흥국의 채권시장에 이미 자금 유출세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현지 통화로 발행되는 채권 발행액이 8월 220억달러를 기록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현지 통화로 발행된 신흥국의 월평균 채권 발행액은 620억달러였다. FT는 신흥국에 투자된 캐리 트레이드 자금으로 신흥국 채권에 투자된 것만 해도 2조 달러 가량이라고 추정했다.

신한금융투자 윤창용 연구원은 “과거 미-일 10년 국채 금리 차와 엔·달러 환율 간의 관계에 기초할 때 현재 미-일 금리 차에 대응되는 엔·달러 환율을 계산해보면 97엔 수준”이라며 “이미 엔·달러 환율은 오버슈팅(Overshooting)한 상태지만 미국 금리가 상승해 미-일 간 금리 차가 확대돼 엔 캐리 트레이드 유인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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