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주년/기업사회공헌 현장을 가다] “줄이고 낮추고 뽑고… ‘전기먹는 악당’ 잡아드려요”

입력 2014-10-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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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에너지 코디네이터’

▲현대제철 사회공헌 활동 프로그램 ‘가정에너지 코디네이터’는 에너지 절약 가구를 신청 받아 가정에너지 효율을 진단하고 에너지 절약 생활습관을 전파한다. 8월28일 오후 금천구 독산 1동 금천현대아파트에서 본지 권태성 기자가 에너지 진단 결과를 알려주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냉온정수기, 전기밥솥, 비데…. 얘네가 악당입니다. 악당!”

난데없이 가전제품이 악의 축으로 떠올랐다. 사용할 땐 편리하지만, 전기요금 고지서가 날아들 때에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가전제품이다. 어느새 전기먹는 하마가 돼 버린 가전제품을 찾아 소비효율을 측정하고, 에너지 절약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숨은 전문가들이 있다. 바로 가정주부로 구성된 가정에너지 코디네이터들이다.

◇전기먹는 악당 잡는 에너지 경찰…가정에너지 코디네이터= 늦여름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날 서울 금천구 한국주거복지협회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2011년부터 현대제철과 함께 주택에너지효율화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며 에너지 절약을 돕고 있다.

가정에너지 코디네이터는 월 1회 가정을 방문해 에너지 절약 방법과 지침을 안내하고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도록 도와주는 가정주부 자원봉사활동이다. 이들은 가정소비전력과 전기소비 습관을 모니터링하고 에너지 절약방법 설명 및 상담하는 역할을 해준다.

문영록 한국주거복지협회 사무처장은 “처음에는 에너지 빈곤층인 사회소외계층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쳐왔지만, 일반 가정에서의 요구도 있어 저소득층에서 일반가구로 활동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가구 방문은 3개월에 걸쳐 총 세 차례 진행된다. 1차 방문에서는 전기소비량을 측정하고, 2차 방문에서는 에너지 효율물품 전달과 사용법, 그외 가정에서 절약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을 상담해준다. 3차 방문에서는 활동결과표를 통한 지속적인 가정에너지 절약 실천을 유도한다.

문 사무처장은 “2011년 시작한 가정에너지 코디네이터 사업이 40세대에서 올해 300세대까지 늘었다”며 “활동하는 코디네이터 수만 올해 1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 줄이고 낮추고 뽑고…전기요금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 간단한 교육을 받은 뒤 가정에너지 전담 매니저와 함께 금천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머릿 속으로 시트지를 작성하는 방법과 에너지 측정법을 되새기며 현관 초인종을 눌렀다. 하지만 문이 열리는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애완견이 짖어대며, 낯선 사람에 당황했는지 연거푸 거실 곳곳에 오줌을 지린다. 집안을 한 바퀴 둘러보니 냉장고, 선풍기, TV, 세탁기, 전기밥솥 등등 측정해야 할 가전제품은 많은데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코카스파니엘 아닌가요?” 김경숙 매니저가 능숙하게 애완견을 어루만지며 분위기를 풀어간다.

이정도는 약과다. 가정에너지 코디네이터들이 집을 방문할 때면 수없이 많은 돌발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김 매니저는 “어떤 집에서는 세탁실이 더럽다며 못 가게 해 세탁기 에너지 측정을 못 하게 하거나 30분 만에 집에서 나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원활한 가정에너지 컨설팅을 위해서는 코디네이터에게는 서비스 마인드가 필요하다. 코디네이터 교육 역시 대상가구와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부터 시작된다.

애완견이 진정되자 김 매니저는 절약형 멀티탭, 고효율등을 비롯한 준비한 선물을 집주인에게 건네며 가정에너지 사회공헌활동의 취지와 내용을 능숙하게 설명했다.

그렇게 집주인의 동의를 얻고 나서야 에너지 측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 측정한 제품은 TV 셋톱박스. 벽면 콘센트에 전기측정용 콘센트를 꼽고 셋톱박스 플러그를 다시 꼽았다. 전기측정용 콘센트 화면에 전력사용량이 나타났다. 하루 TV시청시간과 전력사용량을 시트지에 꼼꼼하게 써넣었다.

집주인 강혜승 씨는 “안방과 어머니 방에 TV가 있는데, 어머니 방의 TV는 거의 항상 켜져 있다”며 전기사용량이 많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TV시청과 관련 없이 세톱박스의 전원이 켜져 있으면 ‘소비전력’, 전원이 꺼져 있을 때 소비되는 전력은 ‘대기전력’으로 구분한다. 우리가 흔히 전자제품의 전원을 끄더라고 콘센트에 연결돼 있으면 제품이 바로 작동될 수 있도록 전력이 소비되는데 이것을 대기전력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사용되는 대기전력만 잡아내도 상당히 많은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김 매니저는 “TV 시청 시간 1시간만 줄여도 월 15.3%의 전기가 절약되고, 플러그를 뽑으면 월 4% 전기가 절약된다”며 “TV, 모니터, 스피커 등의 볼륨과 화면밝기를 20~30%만 줄여도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3000원만 줄여도 어린 소나무 한 그루 심는 효과 = 이날 강 씨의 집에서 측정한 가전제품은 TV, 냉장고, 김치냉장고, 냉온수기, 전기밥솥, 컴퓨터, 모니터, 세탁기 등 10여개. 대기전력을 절약했을 경우 연간 절약되는 금액은 3234원, 연간 1.47kg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줄인 이산화탄소는 어린 소나무를 1.3 그루 심는 효과와 동일하다.

3234원이 굉장히 적은 금액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날 시간에 쫓겨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선풍기, 전기다리미, 전자레인지, 비데, 휴대폰 충전기, 전기장판, 진공청소기 등을 모두 계산하면 절약되는 금액은 더 커진다.

가정에너지 방문을 마치며 김 매니저는 전기를 절약하는 몇가지 팁을 건넸다. 그는 “에어컨, 전자레인지처럼 소비전력이 큰 대신 사용시간이 짧은 가전제품은 대기전력이 크다”며 “대기전력만 줄여도 전기요금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청소기의 흡입 강도를 낮추고, 세탁 횟수를 줄이고, 고효율 전등으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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