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훈, 끝나지 않은 연습생 신화 “응답하라 1992!” [오상민의 스포츠 인물사]

입력 2014-08-2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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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야구 첫 40홈런 고지를 점령한 장종훈. 그가 남긴 기록은 한국 스포츠사에 깊게 각인돼 있다. (사진=뉴시스)

“내년에는 40홈런을 치겠습니다!” 수수한 눈웃음 때문일까. 그의 말에는 신뢰감이 묻어났다. 티 없이 맑았던 그의 얼굴엔 거짓이란 없어 보였다. 1991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 선 장종훈(당시 24세ㆍ빙그레 이글스)이다.

그해 35개의 홈런을 쳐내며 2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장종훈은 기자들 앞에서 ‘다음 시즌 목표는 40홈런’이라고 말했다. 한국 야구사의 유명 일화로 남아 있는 이 공약은 향후 한국 스포츠사를 새롭게 쓰는 계기가 됐다.

1986년 봄, 한국 프로야구에 7번째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충남ㆍ대전을 연고로 하는 신생구단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의 전신)가 탄생한 것이다.

빙그레와 세광고 4번 타자 장종훈의 첫 만남은 다소 불편했지만 숙명이었다.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던 신생팀과 오갈 곳 없던 연습생(신고선수) 신분이던 장종훈은 연봉 3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빙그레에 몸담았다.

▲장종훈의 연습생 신화는 김현수(두산), 박병호, 서건창(이상 넥센) 등으로 이어졌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그마저도 천운이었다. 운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다. 장종훈은 어렵게 잡은 기회였기에 부단히 노력했다.

이듬해인 1987년 꿈에 그리던 1군 무대를 밟았다. 장종훈은 그해 8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가능성을 보였고, 1988년 12개, 1989년 18홈런을 터트며 새 홈런왕 탄생을 예고했다. 1990년에는 28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홈런왕에 올랐다. 1986년 연습생으로 입단해 4년 만이 이룬 결실이었다.

하지만 그의 성공신화는 시작에 불과했다. 장종훈은 1991년 35홈런으로 2년 연속 홈런왕에 오르며 최다안타(160), 타점(114), 득점(104), 장타율(0.640) 등 타격 5개 부문 타이틀을 휩쓸었다.

그리고 1992년 혹독한 한해가 시작됐다. 장종훈은 1991년 겨울 기자들에게 했던 40홈런 공약을 지키기 위해 적지 않은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그의 머릿속은 홈런으로 가득 찼지만 홈런을 그릴수록 타격은 흐트러졌다. 그러나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였다. 스트레스도 슬럼프도 연습으로 극복했다. 연습 앞에 넘지 못할 기록은 없었다. 1992년 시즌을 마쳤을 때 그의 홈런 기록은 41을 기록하고 있었다.

▲연습생이라는 혹독한 상황 속에서 오직 노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했다. 그래서 장종훈의 기록은 위대한 역사로 남아 있다. (사진=뉴시스)

장종훈은 당대 최고의 홈런 타자로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기록에는 늘 국내 특별한 의미가 있다. 국내 프로야구 첫 40홈런 고지를 밟으며 연습생으로서 첫 홈런왕 꿈을 이뤘다. 게다가 프로야구 출범 첫 3년 연속 홈런왕 대기록도 수립했다. 1990년에는 첫 유격수 홈런왕이 됐고, 1991년에는 첫 타격 5관왕에 올랐다.

무엇보다 연습생 신화를 써내려가며 연습생 스타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장종훈의 불꽃같은 투혼은 김현수(두산)ㆍ박병호ㆍ서건창(이상 넥센) 등 연습생 신화의 밑거름이 됐다. 지금은 미래판 연습생 신화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이 많다.

오직 노력만으로 자신이 처한 온갖 악조건을 극복해버렸다. 그래서 그의 기록은 더 위대하다. 한국 스포츠사 수많은 기록 중 유독 거룩하게 빛나는 이유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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