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왜, 지금 이순신 신드롬인가

입력 2014-08-06 09:17 수정 2014-08-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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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J엔터테인먼트)

[배국남의 직격탄] 왜, 지금 이순신 신드롬인가

“이순신 장군 같은 지도자는 없는 것일까. 이순신 장군 같은 분만 계셨어도 세월호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극장을 나선 한 중년 남성 관객의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영화 ‘명량’발 이순신 신드롬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순신 신드롬이 뜨거워질수록 오히려 참담하고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이순신 신드롬의 강렬함은 어두운 대한민국 현실의 반작용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8월 여름철 날씨보다 더 뜨거워지고 있는 이순신 신드롬에는 국민의 간절한 바람과 강렬한 분노가 동시에 깔려있다.

이순신 신드롬의 진원지 영화‘명량’ 흥행 기세는 무섭기까지 하다. 개봉일 최다관객(7월30일 68만2772명), 역대 최단시간(2일) 100만 돌파, 일일 최다관객(8월2일 122만9008명), 개봉 7일 만에 600만 돌파 등 한국 영화흥행사를 새로 쓰고 있다. 날만 새면 ‘명량’기록은 한국 영화의 신기록이 된다. 이런 흥행속도라면 1362만명으로 관객 동원 1위 ‘아바타’를 무너뜨리는 것도 시간문제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출판계도 이순신 바람이 거세다. 2001년 출간된 이순신의 생애를 다룬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가 다시 판매순위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되고 있다. 김탁환의 소설 ‘불멸의 이순신’도 또 다시 관심을 끈다. 최근 출간된 소설‘명량’도 판매세가 만만치 않다. 그뿐만 아니다.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 ‘이순신의 리더십’ ‘진심진력: 삶의 전장에서 이순신을 만나다’ ‘난중일기’‘이순신의 제국’ 등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점가에는 150여종의 이순신 관련 서적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사 강사 설민석씨의 이순신 관련 인터넷 강의 등 이순신 리더십에 대한 온-오프라인 강연과 강의도 폭발적인 관심을 끈다. 방송을 비롯한 대중매체도 앞다퉈 이순신 신드롬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왜 하필 지금 이순신 신드롬일까.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대중성과 위대함이라는 인물 자체의 매력과 흡인력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또한 최민식의 열연과 진화된 사극의 면모 등 ‘명량’의 영화적 완성도와 흥행열풍도 이순신 신드롬의 하나의 이유다. 무엇보다 이순신 신드롬은 세월호 참사와 대참사를 둘러싸고 보여준 박근혜 대통령에서부터 관료, 정치지도자들의 행태와 우리시대의 진정한 리더십의 부재의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이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임금이 아니라 백성을 향해야 한다” 이순신의 영화 속 대사는 스크린 너머의 국민 가슴에 진정한 지도자에 대한 갈망에 불을 지폈다. 정반대의 현실의 암울한 지도자들의 행태와 대조되면서 말이다.

우리 국민은 지난 4월16일 눈앞에서 수백명의 학생이, 시민이 죽어 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세월호의 대참사는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장관, 국회의원, 구호실무자의 무능과 기업가들의 탐욕의 합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뿐만 아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실종자 가족 중에 전문 선동꾼이 있다.” “우리나라는 무슨 큰 사건만 나면 우선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등 위기와 난제를 해결하는 리더십이 아닌 책임 회피의 극치를 보여주는 지도층의 망발과 망언이 계속됐다. 세월호 참사 100일이 지났는데도 세월호 특별법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민보다는 자신의 사리와 사욕을 향한 지도자들의 행태가 낳은 대한민국의 대참사를 보면서 국민은 분노했다. 절망했다. “정부와 정치인이 무능하고 비도덕적이어서 천재지변도 아닌 인재로 생긴 일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런 사고는 앞으로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될 것이다.”가수 김장훈이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단식에 동참하며 던진 절규다. 이 절규는 대다수 국민의 심정일 것이다.

무책임과 리더십 부재의 정부와 정치인에 대한 환멸은 공정무사, 솔선수범 그리고 자기희생으로 난제를 해결하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민심을 수습하고 재도약의 기회로 전환시키는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에 대한 강렬한 열망으로 분출됐다. 귓속에 맴도는“이순신 장군 같은 분만 계셨어도…”라는 관객의 말에 이 땅의 지도자들에게 첨언하려한다. 이순신 장군의 백성을 향한 의리와 충(忠)은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사리사욕과 무능만은 보이지 말아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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