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기적] 말뿐인 “강소기업 육성”대기업 공세…中企는 고사상태

입력 2014-07-2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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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지연 따른 경영악화에 자생력 상실…“적합업종 제도 법제화” 요구

국내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내수 침체로 인한 경영 악화는 물론, 부실한 정부 정책과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등으로 점차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과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져 자생력을 잃는 중소기업들도 부지기수다.

중소기업은 국가 경제의 중심인 만큼, 정부도 다양한 정책으로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정책의 경우 ‘속 빈 강정’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입 밖으론 독일의 ‘히든챔피언’ 같은 강소기업 육성을 외치지만, 환경 자체가 다른 국내 토양에선 쉽지 않다.

◇자생력 갖기 힘든 中企… 정부 정책도 실효성 부족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도 중소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 지난해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은 122개사로 전년(97개)보다 15.5% 늘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10년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다. 특히 제조 중소기업의 경우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경영 실적 악화가 뼈아팠다.

대기업들의 고질적인 ‘납품단가 후려치기’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대기업 협력 중소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 제조업의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 결과 최근 2년간 재료비, 노무비, 경비는 5.7~9.0% 증가한 반면, 납품단가 인상은 0.4~0.8%에 불과했다. 61.7%의 협력 중소기업들이 현재 납품단가가 “적정하지 않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중기중앙회 양찬회 동반성장 실장은 “그동안 경제민주화의 진전에도 불구, 납품단가 현실화는 여전히 미흡하다”며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기업들의 인력 빼가기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기술 유출도 문제다. 손승우 단국대학교 교수가 최근 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회사 내 부설연구소 보유 중소기업 중 기술 유출을 경험한 중소기업은 12.5%였고, 이 중 42.2%는 대기업의 인력 빼가기로 인해 기술이 유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때만 반짝하는 정부 정책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기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하며 중소기업들을 위한 정책을 내놨지만, 실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1월부터 발효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대표적이다.

징벌적 손배제도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해 해당 기업에 피해액의 3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법 발효 후 7개월이 지났음에도 단 한 차례도 이 제도가 활용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벤처창업 분야에서도 정부가 ‘벤처창업 선순환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벤처기업들의 수출은 2년 연속 감소하는 등 정책 실효성이 개별 기업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성과 내기에 급급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문어발 확장에 中企 ‘한숨’… 적합업종 제도도 ‘흔들’ = 이 같은 상황에서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중소기업들을 더욱 고사 상태로 몰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 부진으로 경영 악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들까지 중소기업 울타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2000년대 중반 냉동만두 시장, 두부 시장 등에 진출해 중소기업들을 옥죄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한 정책토론회에서 만난 중소기업인은 “사자가 토끼가 먹는 풀까지 뜯어먹는 형국”이라며 “적어도 중소기업들이 연명할 공간은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을 정도다. 최근 한국경제가 보여주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편한’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마디다.

대기업들의 무차별 공세에 중소기업들이 믿고 있는 ‘방패’는 적합업종 제도뿐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들이 자율 합의를 통해 상생의 길을 가자는 취지로 시작된 적합업종 제도는 현재 3년째를 맞아 품목 재지정을 앞두고 있다.

올해 적합업종 기간이 만료되는 품목은 82개. 연말까지 재지정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갈 길이 순탄하지 못한 상황이다. 대기업들이 50개 품목에 대한 재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등 적합업종 제도를 거세게 흔들고 있어서다. 이 밖에도 양측 간 갈등이 불가피한 29개 품목의 신규 지정 심사도 기다리고 있는 터라 중소기업계의 근심이 더해지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적합업종 법제화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현재 동반성장위원회의 적합업종 제도는 자율 합의인 만큼, 강제성이 없다. 법제화를 통해서라도 대기업들의 무차별적 사업 확장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의원이 지난해 적합업종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통과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사실상 적합업종 제도를 없애자는 우회적인 압박이다. 중소기업계는 적합업종 제도마저 사라진다면 영세 사업자들이 설 곳은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이진화 연구위원은 “적합업종은 지원책이 아닌, 일종의 보호 정책으로 각 사업자들이 공정한 출발선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힘과 체급이 다른 두 선수가 함께 경쟁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들은 지금처럼 경제적인 효율성에 집중된 기업 활동이 아닌, 사회적 책임에 눈 떠야 할 때”라며 “중소기업인들도 대기업에 대한 적대적인 의식을 버리고, 대기업들과 장기적 관계 관리, 서비스 의식 등을 강화해서 자체 경쟁력 키우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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