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의 여름나기 '휴가는 무슨...'

입력 2006-07-20 14:05 수정 2006-07-20 16:5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휴가시즌이 찾아왔다. 여름휴가는 직장인에게 있어서 가뭄 속 단비와 같다.

하지만 재계총수에겐 여름휴가란 남의 이야기다. 하반기 사업구상은 물론 잦은 해외출장, 고유가와 원화가치 상승 등의 경영환경 악화로 대부분 휴가를 반납했다.

주요 그룹의 총수들은 대부분 특별한 여름휴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바쁜 일정 때문에 그 동안 소홀히 했던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정도다.

◆이건희 삼성 회장...남산 일대 산책하며 사색

최근 5~6년간 따로 여름휴가를 가본 적이 없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올해에도 공식적인 여름휴가 일정이 없다.

사실 이 회장은 업무와 휴식의 개념이 모호하다. 해외출장을 제외하곤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 있는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자택인 승지원에서 일상을 보내며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경영을 챙기기 때문이다.

자택에서 업무를 보기 때문에 복장에도 구애를 받지 않고 파자마 차림일 때가 많다. 한때 정치권에서 러브콜을 받았을 때 이 회장은 “나는 양복보다 파자마가 더 많은 사람”이라며 정치권과 선을 긋기도 했다.

따로 여름휴가를 보내는 대신 이 회장은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몸’관리에는 철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전까지만해도 건강을 위해 골프를 즐겨왔던 이 회장은 일본에서 다리를 크게 다친 이후엔 활동량이 많은 격한 운동 대신 산보차원의 산책을 즐기며 무더운 여름을 나고 있다. 특히 완치 됐던 폐 부근의 림프절 암의 재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삼성 구조본의 한 관계자는 “몇 년전에는 반신욕과 맨손 스트래칭을 즐겨했는데 최근에는 승지원 인근의 남산 일대를 산책하는 것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몰론 산책길에는 만일 사태를 대비해 경호원과 의료진이 따라다닌다.

연례적으로 이회장은 휴가시즌인 7월과 8월에 삼성그룹의 새로운 경영 키워드와 사업구상을 가다 듬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에버랜드 편법증여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소환여부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정해질 것으로 보여 하반기 경영구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건희 회장뿐만 아니라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와 함께 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검찰 주변의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처지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휴가대신 신입사원 수련회 참가

얼마 전 퇴원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8월말 제주도에서 열릴 예정인 신입사원 하계 수련회에 참가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할 계획이다.

지난 4월 27일 구속 수감됐다 지난 6월 28일 보석으로 풀려난 정몽구 회장은 두달여의 경영공백으로 챙겨야 할 시급한 사안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룹관계자는 “비자금 사건과 관련한 재판일정, 해외공장 착공, 신차 출시, 현대차 노조의 장기간 파업 등으로 여름휴가를 생각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 회장의 여름나기는 다른 총수들과 달리 직접 경영현장에 뛰어들며 일과 함께 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또 “정 회장은 매년 휴가철이 파업과 겹치다보니 특별한 휴가를 보내지 못했고 신입사원 수련회에 참석차 제주도를 방문할 때 며칠간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휴가를 대체해왔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구속수감으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 세브란스 병원에서 신병치료를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 더위에 특별히 대비하고 있다. 아무거나 가리지 않는 식성 때문에 특별히 여름을 이기는 보양식을 챙기기보다는 새벽형 인간답게 아침 일찍 일어나 러닝머신을 이용해 ‘빨리걷기’로 땀을 내며 체력을 다지고 있다.

구속수감 되기전까지는 매 끼마다 반주 삼아 술을 마셨지만 최근에는 가급적 삼가하며 무더운 여름을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하지만 건강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그룹측은 말했다.

◆구본무 LG회장...맞사위 등 가족초청 모임계획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달 말부터 일주일 동안 한남동 자택으로 가족들을 불러 함께 보내는 정도로 휴가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5월 구 회장의 장녀인 연경씨가 윤관 블루벤처스 사장과 결혼을 해 처음이자 맞 사위를 얻었기 때문에 이번 가족 모임은 어느 때보다도 의미가 크다.

슬하의 외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일찍 사망하고 대를 이을 아들이 없어2004년 구광모씨를 양자로 입적하는 등 마음 고생이 심했던 구 회장은 새로이 식구를 맞이한 첫 여름휴가라는 점에서 경영현안을 잠시 잊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애쓰는 스타일인 구 회장은 여름 건강관리를 위해서 따로 준비하기 보다는 평소에 소식과 적당량의 음주로 무리하지 않는 식생활 습관을 지키고 있다.

물론 주말에는 특별한 일정을 제외하고는 곤지암 골프장을 애용한다.

◆최태원 SK 회장...테니스 즐기며 경영환경 점검

최근 몇 년간 사랑의 집짓기 행사 등 사회봉사로 여름휴가를 반납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원래 이달 말에 가족들과 함께 열흘 정도 여름휴가를 보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원화가치 상승, 고유가 등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중국, 중동, 유럽, 미국 등 해외사업장 순방을 계획하고 있어 사실상 휴가는 물 건너 간 셈이다. 대신 40대 젊은 총수 답 게 주말이면 워커힐 호텔에 가서 테니스를 치는 것으로 무더운 여름을 이기고 있다.

테니스는 최태원 회장의 입장에선 운동 이상이다. 미국 시카고 대학에 다닐 때부터 즐겨 쳤던 최태원 회장은 현재의 부인인 고소영씨와 사랑을 싹틀 수 있게 됐던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함께 테니스를 치면서부터였다.

최 회장의 테니스실력은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설 정도다. 사석에서 최 회장은 “아마추어들 가운데 나를 이길 만한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은근히 테니스 실력을 자랑할 정도다.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이 책까지 낼 정도로 흠뻑 빠졌던 기수련도 빼놓을 수 없는 여름나기 비법이다. 최태원 회장은 선친의 영향을 받아 건강관리법인 심기신수련(心氣身修練;명상+호흡+체조)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신격호 롯데 회장...8월에 일본에서 휴식

올해 84세로 현역 재계 총수로는 최고령인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여름 휴가를 일본에서 보낼 계획이다. 짝수달에는 일본에서, 홀수달에는 한국에서 이원경영을 펼치고 있는 신 회장은 짝수달인 다음달 8월에 일본에서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의 상당부분을 아들인 신동빈 부회장에게 맡긴 신 회장은 휴가 때 따로 하반기 경영구상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에도 오후나 주말에 롯데호텔, 백화점 등을 둘러보는 특유의 암행감찰은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60대 들어 술, 담배를 모두 끊은 뒤에는 산책과 정원 가꾸기로 건강을 돌보는 신 회장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현역에 몸 담고 있는 이유도 철저한 자기관리가 밑받침됐기 때문이다. 주변에선 암행감찰을 제외하곤 시간표대로 철저하게 생활하는 자세가 건강비결이라고 전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경영환경 변화 주시 '휴가 반납'

대한생명인수 적법성을 놓고 예금보험공사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회장은 올 여름 어느 총수보다도 무더운 여름을 보낼 예정이다. 대한생명인수 논란도 풀어야할 숙제이지만 무엇보다도 상반기 대우건설 인수 포기로 인해 추가적인 M&A 대상도 물색해야 하는 등 할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그룹관계자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은)휴가를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 “얼마전 유엔한국협회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미국 출장도 많아졌지만 국내 머물면서 산적해 있는 경영현안을 챙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지시에 따라 여름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하반기 경영환경에 대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해 즉각 대응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김 회장은 좋아하던 음주도 거의 끊은 상태이며 골프도 최근에는 자제하며 경영에만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그룹측은 밝히고 있다.

◆조석래 효성 회장...경영서적 탐독 '독서가 휴가'

한미재계회의와 한일경제인회의의 한국 측 대표를 맡는 등 민간 외교통으로 활약하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올 여름 주로 경영서적을 탐독하고, 클래식음악도 들으며 재충천을 할 예정이다.

국제적인 회의를 자주 참가하다 보니 해외 출장이 잦아 따로 휴가를 내서 쉴 계획은 없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다.

대신 건강관리 차원에서 골프장을 자주 찾고 있다. 70대의 고령임에도 불구 80대를 치고 있다.

최근 임원회의를 열어 출범 2년째를 자축했던 허창수 GS회장은 7월말 일주일정도 자택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구상을 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그룹관계자는 “(허 회장은) 항상 그룹 임직원들이 내부역량을 강화하여 대외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노력하라는 당부를 한다”며 “하반기 경영구상도 이와 연관되어 대외적인 경쟁력 제고차원을 집중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등산을 좋아하는 허 회장 답게 여름 휴가 때도 등산을 다니며 피로를 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걷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 집무실이 있는 역삼동에서 선능역이나 강남역 정도는 늘 걸어서 다닌다. 허 회장은 운동량이 부족한 임원들에게도 만보계를 직접 사주며 걷기를 권하기도 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여의도4PM' 구독하고 스타벅스 커피 받자!…유튜브 구독 이벤트
  • 드디어 ‘8만전자’...“전 아직 96층에 있어요” [이슈크래커]
  • 주중 재벌, 주말 재벌, OTT 재벌…‘드라마 재벌家’, 이재용도 놀랐다 [요즘, 이거]
  • 서울 시내버스 ‘극적 타결’…퇴근길 정상 운행
  • ‘경영권 분쟁’ 한미사이언스 주총 표 대결, 임종윤·종훈 완승
  • 벚꽃 없는 벚꽃 축제…“꽃놀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슈크래커]
  • 비트코인, ‘매크로 이슈’로 하락…“5월 중 이더리움 ETF 승인 가능성↓” [Bit코인]
  • “청와대 옮기고, 해리포터 스튜디오 유치”…4·10 총선 ‘황당’ 공약들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3.2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0,700,000
    • -0.28%
    • 이더리움
    • 5,085,000
    • -1.64%
    • 비트코인 캐시
    • 812,500
    • +13%
    • 리플
    • 883
    • -0.9%
    • 솔라나
    • 262,200
    • -2.71%
    • 에이다
    • 922
    • -1.71%
    • 이오스
    • 1,506
    • -2.08%
    • 트론
    • 172
    • +0%
    • 스텔라루멘
    • 196
    • +0.51%
    • 비트코인에스브이
    • 131,300
    • +2.58%
    • 체인링크
    • 27,530
    • -2.34%
    • 샌드박스
    • 979
    • -2.8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