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꼼수’ 말고 ‘묘수’를

입력 2014-05-22 10:54 수정 2014-05-2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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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종합일간지 부동산 면에는 ‘선도 모델’, ‘신개념 주거공간’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단 아파트 기사가 연일 게재됐다. 전국 최초로 인천 도화에서 시도된 ‘누구나 집’ 아파트에 대한 내용이다. 심지어 몇몇 매체들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선물’이라고까지 표현하며 혹할 만한 장점들을 쏟아냈다. 차별화된 혜택으로 인해 이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는 몰려드는 관람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법석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19일 금융결제원이 발표한 ‘누구나 집’의 분양 청약 접수 결과는 굴욕 그 자체다. 7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12일까지 진행된 분양 청약 접수 결과 520가구 모집에 단 2가구만이 신청했다. 언론을 동원한 대대적 홍보가 실제 청약 내용과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우선 분양주택의 경우 청약통장과 무주택 기간에 따라 1순위 청약 가점이 산정되는 일반 청약과 똑같이 이뤄졌다. 게다가 입지에 비해 3.3㎡당 900만원에 가까운 분양가 또한 서민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흥행에 참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인천도시공사는 오는 26일 임대 공고를 내고 27∼28일 분양 신청 물량을 제외한 518가구에 대해 임대 신청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놓고 애초부터 분양 목적이 아닌 준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염두에 둔 ‘꼼수’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 꼼수가 존재하지 않는 분야가 있을까. 꼼수는 어쩌면 지금껏 우리 사회를 유령처럼 지배해 왔을런지도 모른다. 꼼수는 ‘원래는 안 되는 수지만 상대를 속이거나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기 위해 만드는 수’라는 의미로 바둑에서 나온 말이다. 주로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을 일컫는다. 꼼수와 꽁수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꽁수는 전혀 다른 의미로 연(鳶)의 가운데에 난 방구멍(연의 한복판에 둥글게 뚫은 구멍)의 아랫부분을 가리킨다. 일상생활에서 꽁수란 말은 거의 쓸 일이 없을 듯하다.

우리 생활에는 꼼수처럼 바둑에서 유래한 말들이 많다. STX, 웅진, 동양그룹들의 잇따른 위기 사태는 ‘대마불사’란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 이리저리 너무 재다가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경우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온다’고 한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는 ‘묘수’를, 상황이 몹시 불리해지면 ‘무리수’를 둔다. ‘승부수’를 띄워야 할 상황은 물론 ‘자충수’를 뒀다가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 특정 분야에서 경지에 이른 사람을 ‘9단’이라 일컫는 것도 생활 속에 녹아든 바둑 관련 표현이다. 9단은 바둑에서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최고의 자리로 많은 이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정치 9단’이라 칭했다.

6·4 지방선거가 공식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후보자 간 경쟁도 후끈 달아올랐다. 목민관(牧民官)을 뽑아야 할 국민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시기다. 꼼수와 암수에 능한 정치인들이 아니던가. 말도 안 되는 공약과 정책에 넘어가지 말고 실천 가능한 공약이 무엇인지를 꼼꼼히 따져 제대로 된 후보자에게 귀중한 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목민관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제발 ‘꼼수’가 아닌 ‘묘수’로, 아니 묘수를 넘어서 진심으로 국민을 대하기 바란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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