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김재웅의 강제 커밍아웃은 부끄러운 미디어의 퇴보 [이꽃들의 36.5℃]

입력 2014-05-1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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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2010) 속 동성애 커플을 연기한 송창의, 이상우(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연애 상담 프로그램 JTBC ‘마녀사냥’에서는 남자와 여자뿐 아니라, 제3의 성인 동성애자의 견해도 다뤄지고 있다. 바로 국내서 처음으로 커밍아웃한 연예인으로 기록되는 홍석천의 입을 통해서다.

유쾌하게, 때로 날카롭게 그의 입담은 우리에게 평소 생각지 못 했던 지점을 뒤엎는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대중 앞에 공개한 후, 출연 중이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강제 하차하게 된 2000년 상황과는 보란 듯이 역전됐다. 최근에는 토크 콘서트나 대학 강연에 초대돼 성소수자로서 사회적 인식 마련에 앞장서고 있는 홍석천이지만, 커밍아웃 직후 그는 생계가 끊어질 정도의 환경으로 내쫓겼었다. 당시 그는 브라운관에서 쫓겼나지만 그가 남긴 사회적 파장은 컸다. 그리고 이로인해 대중은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높여갔다.

여기에는 트렌스 젠더 연예인 하리수의 등장도 큰 몫을 했다. 결과적으로 트렌스 젠더와 동성애자조차 구분하지 못 했던 수준에 머물렀던 인식은 점차 변화를 맞이했다. 김수현 작가의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2010) 등 드라마와 각종 프로그램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모습을 드러내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 등이 일정정도 개선이 됐다.

성소수자를 향한 대중의 인식은 미디어를 통해 점차 이해와 포용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처럼 최근 몇 년 간 미디어는 성소수자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 제고를 선도해왔다.

▲7일 방송된 올리브TV ‘셰어하우스’(사진=올리브TV 방송화면 캡처)

그러나 지난 7일 퇴보된 미디어 속 풍경이 연출됐다. 오히려 대중의 인식보다 후진적인 프로그램의 배치는 시청자의 공분을 샀다. 바로 패션 디자이너, 아이돌 가수, 연기자, 모델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출연진이 한 집에 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관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올리브TV ‘셰어하우스’에서다.

이날 방송에서 달샤벳 우희와 모델 송해나 등 출연진은 여성과 데이트를 하러 외출한 그의 성 정체성에 의심이 품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집으로 돌아온 김재웅에게 이상민은 직접적인 질문을 던졌고, 김재웅은 결국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백했다. 김재웅은 “나는 손호영 형처럼 이상민 형처럼 똑같은 남자다. 다만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여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남자를 좋아한다. 근데 그게 죄가 되더라”며 “어릴 적부터 항상 듣는 말이 ‘저 XX 뭐야?’. 되게 비아냥 거린다. 왜 나를 피하는 건지”라며 자신의 상처를 드러냈다.

방송 후 논란이 되자, 김재웅은 제작진을 통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 정체성을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방송분에 대해 당사자인 김재웅의 동의가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여타 출연진에 의해 성 정체성을 말할 수 밖에 없는 주변의 분위기 속에 그를 몰아넣었다고 비난한다.

성소수자들은 ‘아웃팅(커밍아웃과 반대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성적 경향이 드러나게 되는 것)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린다. 특히 인간 평등이라는 상식에 준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 3항(성적 지향을 이유로 재화, 용역, 상업시설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의 법률을 두고도 각종 기독교 단체의 주장을 통해 위헌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국내 현실 속에서 말이다.

미디어를 통해 국내 대중의 인식은 성소수자에 대한 존재감을 인식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졌다. 그러나 여기에 따른 사회적 공동의 합의와 화합을 위한 모색은 여전히 요원해보인다.

국내서 최초로 동성 결혼식을 올려 큰 이슈를 낳았던 영화감독 김조광수는 트위터를 통해 “김재웅씨의 커밍아웃을 환영합니다. 당당한 그가 커밍아웃 이후 더 행복하길 바랍니다. 우리는 다수와 다를 뿐 존재 자체로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라는 말로 메시지를 전하는 가운데, ‘셰어하우스’ 측의 사과를 촉구했다.

“나 괴물 아니야.” 못내 커밍아웃을 하고 만 김재웅의 한 마디 속에서 그에게 얼마나 왜곡된 시선과 편견을 던졌을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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