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아이들아, 정말 미안하다 -홍일표 국회의원

입력 2014-05-0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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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최대의 해양 대참사는 독일판 타이타닉호로 불리는 여객선 ‘빌헬름 구스틀로프호’의 침몰이다. 이 배는 히틀러의 선심 정책으로, 독일 국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바다여행을 할 수 있도록 1936년 2만5484톤, 2000석 규모로 건조되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병원선으로 쓰이다가, 독일 패망 무렵에는 피난민 수송선으로 사용되었다.

1945년 독일 동부전선에서 러시아 군대가 압박해오자 독일은 발트해 연안에 있던 200여만 명의 병사들과 민간인들을 발트해를 통해 해상 피난시키기로 했다. 이때 여객선이나 화물선, 군함 등 모든 종류의 배가 동원되었고, ‘구스틀로프호’도 이 피난 작전에 참여했다.

1945년 1월 30일 ‘구스틀로프호’는 피난민 1만582명을 태우고 발트해 연안항구를 출발, 독일로 향했다. 대부분 여자와 어린아이였고, 부상병들도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끝까지 추적했다. 잠수함을 동원해 선수와 선미, 중앙부에 3발의 어뢰를 발사했다. 생존자는 1239명, 나머지 9343명은 겨울 바닷속에 수장되었다.

이 참사는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 독일의 경우 전쟁을 일으키고 유대인을 대량 학살한 나치의 만행이 워낙 컸기 때문에 공론화할 수 없었고, 러시아도 이를 공개하기에는 당당하지 못했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양철북’의 저자 ‘귄터 글라스’가 2002년 ‘구스틀로프호’를 소재로 한 ‘게걸음으로 가다’를 출간하면서였다.

역사를 직진하면 전쟁 가해자인 독일의 상처는 세상에 내놓을 방법이 없다. 게걸음으로 걸으면서 ‘귄터 그라스’는 역사적 사실이었던 엄청난 고통을 맨살 그대로 드러냈다. 전쟁 중이지만, 막대한 인명살상은 정당화될 수 없다.

‘구스틀로프호’와 달리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만든 영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타이타닉호’의 침몰 이후 미국 의회에서 53일 동안 진상 조사를 위한 청문회를 열어서 침몰과 관련된 대부분의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타이타닉이 운항에 나설 때는 배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는 것이 붐을 이루던 시기였다. 수영장, 영화관 등을 갖춘 5만2000톤 규모의 ‘타이타닉호’는 1912년 4월 10일 잉글랜드 남해안의 사우샘프턴을 떠나 뉴욕으로 처녀 항해를 나섰다. 타이타닉은 취항 당시 당대의 혁신적인 기술이 결합되어 불침선(不沈船)으로 지칭됐지만, 선장을 포함한 선원들의 자만과 태만 등 인재(人災)가 겹치면서 수많은 승객들이 죽음을 맞았다.

사고 당일인 4월 14일 배가 뉴펀들랜드 해역에 들어설 때는 유빙(流氷)이 많이 있었다. 따라서 이날만 유빙에 대한 경고 전문이 6통이나 수신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배의 통신사는 승객의 통신 발신 업무에 쫓겼고, 통신 경고문은 이 시기의 의례적인 경고로 판단했다. 대신에 이 배는 대서양 횡단 신기록을 수립하려는 욕망에 빠른 속도로 항해했다.

빙산과 충돌한 뒤 부근에 있던 ‘캘리포니아호’의 통신사는 잠들어 있어서 SOS 구조신호를 보지 못했고, 조난신호 조명탄은 적색이어야 하지만 타이타닉호에는 이마저 준비되지 않아 백색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백색은 축포로 여겨져서 누구도 타이타닉의 조난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구명정도 턱없이 모자랐고, 1517명이 숨졌다.

그러나 이 사고를 계기로 1914년 해상에서 인명의 안전을 위한 국제조약이 체결되었고, 구명보트 구비 기준이 배의 총 정원으로 변경되었고, 무선 장치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세월호 대참사로 꽃보다 귀한 어린 학생들의 사망 소식에 전 국민의 가슴이 먹먹하다. 억장이 무너진 유족들, 살아남아 미안한 스승과 친구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이 나라 부모들, 모두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어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필자 역시 참으로 참담하고 비통하고 죄송스럽다.

2주의 시간이 흘렀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책과 교훈을 말하는 것은 아직 유족과 국민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치유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국회에서는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하겠지만, 먼저 선행해야 할 것은 참사의 맨살을 그대로 드러내는 엄정한 조사와 기록이다. 이를 통해 희생자들을 진심으로 추모하는 국가의 진정성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이들아,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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