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대정부 협상 및 투쟁에 다시 나서기로 했다.
지난 2차 의·정 합의안 도출로 가까스로 봉합됐던 양측의 갈등이 또 다시 불거지는 양상이다. 특히, 노환규 회장을 배제한 비대위를 구성키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30일 서울 이촌로 의협회관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갖고 비대위를 새로 구성해 향후 대정부 투쟁과 협상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이날 대의원들은 찬성 133표, 반대 13표, 기권 3표로 새로운 비대위 구성안을 의결했다. 또 반대 85표, 찬성 53표로 노 회장의 비대위 참여를 배제키로 했다.
대의원 총회의 이같은 결정은 사실상 노 회장 주도로 이뤄진 대정부 협상과 투쟁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의료계 안팎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실제 노 회장에게 새로운 비대위 위원장을 맡길지 여부를 묻는 회원투표에서는 찬성 의견이 78.67%(1만9547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내달 15일까지 전 지역과 직역 대표 30여 명 안팎으로 비대위를 구성한 후 내달 27일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인준을 거칠 예정이다.
아울러 의협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집단휴진) 재개’여부를 묻는 긴급투표에서 찬성 85.8%의 결과가 나와 새로 구성되는 비대위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협에 따르면 2만4847명의 응답자 중 가운데 85.8%가 집단휴진 재개에 찬성했다.
노 회장이 배제된 채 구성되는 비대위 활동에 따라 마무리된 의·정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비대위에서는 원격의료 선 시범사업 등 정부와의 협의 내용에 대한 수용 여부도 논의할 방침이다.
김영완 의협 대의원회 대변인은 “좀 더 강력하고 합리적이며, 직역을 어우를 수 있는 투쟁의 필요성이 제기돼 새로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며 “의·정 협의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비대위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의원총회에서는 당초 노 회장이 안건으로 상정하려던 집단휴진 재진행 여부는 대의원회의 반대로 논의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