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경영복귀 4년… 삼성 ‘마하경영’으로 한계 돌파

입력 2014-03-2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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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바꿔야 한다”…사장단 회의도 “혁신, 혁신”

“지금이 진짜 위기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나가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10년 3월 24일 경영에 전격 복귀하면서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속도 경영’을 강조했다.

이달 22일은 삼성그룹 창립 76주년이며 24일은 이 회장이 경영 복귀 4년이 되는 날이다. 지금 삼성은 속도 경영을 뛰어넘은 ‘마하 경영’으로 한계돌파 총력전에 돌입했다. 마하 경영이란 제트기가 음속(1마하=초속 340m)을 돌파하기 위해 설계도부터 모든 것을 바꾸는 것처럼, 삼성도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4년 동안 줄곧 위기론을 역설했다. 섣부른 자만심으로 인한 글로벌 톱 삼성의 질주에 균열이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삼성그룹 창립 76주년도 별도의 기념식을 치르지 않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체질 개선으로 10년 미래 준비 =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첫 해, 삼성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배터리,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들 사업에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5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는 글로벌 1등 신화를 쓴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이을 새로운 사업을 육성하려는 이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 회장은 2011년 삼성의 조직에도 큰 변화를 줬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부활시키고, 삼성테크윈 비리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계열사 경영진단을 통해 조직을 쇄신했다. 이 회장은 당시 정기인사 외에 사장단을 바꾸지 않는 관행을 깨고 일부 계열사에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듬해 최지성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을 미래전략실장으로 발탁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스마트폰 사업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최 부회장은 삼성 내에서도 입지전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위기 때마다 정면 돌파한 이 회장 특유의 경영 스타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1등 DNA 확산… 사상 최대 실적 = 이 회장이 삼성에 불어넣은 긴장감은 글로벌 1등 DNA를 탄생시킨 원동력이 됐다. 삼성이 현재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디스플레이, 삼성SDI 소형 2차전지 등이다.

이 중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36조770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26.6% 증가했다. 작년 매출은 228조4200억원으로 2012년보다 13.6% 증가했다. 이는 영업이익 29조500억원, 매출 201조1000억원을 기록한 전년도(2012년) 사상 최대치를 다시 경신한 것이다. 여기에 힘입어 2010년 290조원이던 삼성그룹의 글로벌 매출은 지난해 380조원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실적 고공행진에도 이 회장은 비상 경영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그룹 내에서 삼성전자 매출 편중 현상이 심한 데다, 침체에 빠진 비전자 계열사가 정상에 올라서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룹 상장 계열사 중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삼성전자, 제일기획, 크레듀 등 3곳뿐이다. 삼성그룹 2014년도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인재를 다른 계열사로 대거 이동시킨 점도 궤를 같이한다.

◇고강도 혁신 특명 “다시 한 번 바꿔라” = 늘 위기론이 거론된 삼성이지만 올해 전에 없는 높은 강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 회장은 올 초 신년하례식에서 사업 전략부터 기업문화까지 모든 것을 바꾸라는 특명을 내렸다.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신경영을 선언한 지 21년 만에 나온 고강도 혁신 선언이다. 이 회장은 이날 “신경영 20년간 글로벌 1등이 된 사업도 있고, 제자리걸음인 사업도 있다”면서 “선두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 다시 한 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최대 고민에 대한 해법을 ‘변화’와 ‘혁신’을 통해 찾길 주문한 것이다.

변화와 혁신은 마하 경영의 핵심이다. 삼성은 이달 초 5회에 걸쳐 온라인 사보인 ‘미디어삼성’에 마하 경영 특집을 실었다. 이전까지 임원들에게만 소개한 마하 경영의 메시지를 전 사원에게 전파한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모두 함께 한계 돌파를 위해 혁신 방안을 고민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 1월 8일부터 현재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친 수요 사장단회의에서 외부 강연 중 절반이 넘는 6차례를 창의와 혁신에 대한 주제로 채웠다. 삼성 사장단은 이달 19일에도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에게 ‘리더가 꼭 알아야 할 착각의 진실’이란 주제 강연을 들으며 위기 의식을 또 한 번 가다듬었다.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허 교수가 강의 중 ‘모두가 삼성이 잘 나간다고 할 때가 진짜 위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며 “리더가 가질 수 있는 착각을 다양한 사례로 풀어나가며 강연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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