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영의 CSR 이야기]청년창업, 시장경쟁을 이겨내는 방법

입력 2014-03-1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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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한국SR전략연구소장ㆍ배재대 겸임교수

청년실업의 탈출구를 청년창업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것도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의미까지 더해지는 창업이라면 훨씬 매력 있지 않을까. 청년창업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는 선순환의 시나리오지만 문제는 창업 이후 얼마나 오래 살아남느냐다.

지금 포털에서 청년창업을 검색하면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시·군·구청 등 기초자치단체 이름의 청년창업지원센터가 즐비하다. 서울 강남구는 테헤란로의 청년창업지원센터에 입주시켜 사무실 집기를 포함한 창업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임대료, 전기·수도 등 일반관리비도 지원해 준다. 서초구는 현대자동차그룹, 사단법인 씨즈와 협력해 사회적기업 창업인큐베이팅센터 ‘서초창의허브’를 만들었다. 창업자금은 물론 멘토링과 성장단계별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누리는 40여개팀의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이 꿈을 키우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제조업, 지식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청년 CEO를 길러낸다. 개발자금과 창업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코칭, 정책융자, 투자, 마케팅 등 연계지원 방안도 풍성하다. 해마다 1년여간의 교육과정을 마친 200명 이상의 CEO를 배출해낸다. 정부가 최근 ‘제2의 벤처붐’을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이후 IT업체들도 자금, 사무실, 컨설팅 지원이 포함된 스타트업 지원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창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게 부족할 게 없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부문과 대기업은 ‘지원’이란 이름 아래 많은 걸 베푼다. 아이디어를 갖춘 청년들은 홀로서기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공공 및 민간부문이 촘촘하게 짜놓은 그물망 지원시스템을 활용해 벤처기업, 스타트업, 사회적기업 혹은 소셜벤처, 중소기업을 꾸릴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청년들은 여전히 창업보다 취업을 원한다. 창업이란 가시밭길이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많은 청년들이 주변에서 창업 성공 사례를 많이 보지 못했다. 실패의 두려움은 단순한 걱정이 아니라 현실에서 확인한 팩트다.

창업지원센터마다 발표하는 성과들은 숫자로 가득하다. 몇 명의 CEO를 배출했고, 그들이 거둔 매출액이 얼마이며, 국제대회에서 몇 번이나 수상했는지 등등 자랑 일색이다. 공공부문 담당자나 조직은 맡은 업무의 실적이 중요하고 그 근거를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그러나 어디를 둘러봐도 창업교육을 받고 시장에 나간 이들이 지금 어떤 처지에 있는지, 성과는 어떤지 알기 어렵다. 더욱이 정부의 인증이라도 얻은 창업 기업들은 지원 자체가 생존의 끈일 경우가 많다. ‘지원 없이 생존 없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가 갖춘 창업 지원시스템은 시장에서 경쟁을 뚫고 생존하는 진정한 의미의 기업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경쟁우위의 창업, 시장에서 살아남는 사회적기업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한 축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성공 스토리는 내수 활성화로 경기불황을 돌파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주인공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회적기업가, 창업자들은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들이 몇 개월 받아본 교육은 시장경쟁에서 도움이 안 되고, 지원의존형 타성을 쉽게 이겨내지 못한다. 결국 맨땅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희망의 단서는 일부 사회적기업들에서 발견된다. 사회혁신 기업을 표방하는 ‘히든: 그레이스’의 김성은 대표는 “동정심에 의존하거나 단순노동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사회적기업이 싫다. 기업은 지속 가능한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혁신공간 ‘There’의 정상훈 사무처장은 “사회 혁신가를 발견하고, 연결하고, 돕는 게 목표다. 지금도 100여명의 사회적기업가를 대상으로 멘토링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청년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발된 소셜벤처 OHFA테크의 이경황 대표는 8개월간 멘토와 심사위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조언을 얻은 게 현재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경쟁을 이겨낼 창업자의 의지와 그들을 묶어주고 힘을 불어넣을 도우미가 만나 상승작용을 하는 사례가 하나 둘 생겨나는 중이다.

남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틀에 들어가는 게 취업이라면 창업은 새로 판을 짜는 일이다. 청년들이 창업의 열기 속으로 뛰어들려면 경쟁우위를 보완해 줄 실질적 지원과 내실 있는 성공 스토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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