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이맹희씨가 항소를 포기했다?…법률 용어 정확히 알고 써야

입력 2014-03-0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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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명재산을 놓고 벌어졌던 장남 이맹희(83)씨와 이건희(72) 삼성전자 회장 간의 상속 분쟁이 지난주 2년여 만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이맹희씨가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상고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다. 결국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었던 이맹희·이건희 형제간 세기의 분쟁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지난 2012년 2월 이맹희씨가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부친이 남긴 7000억원 규모의 상속 소송을 내면서 시작된 삼성가(家)의 분쟁은 단순한 재산 싸움으로만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27년 전 삼성그룹 승계를 둘러싼 형제자매 간 앙금에서 비롯된 일인 만큼 소송 마무리와 더불어 정통성 논란도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은 대리인인 윤재윤 변호사를 통해 “원고 측의 상고 포기로 소송이 잘 마무리돼 다행으로 생각한다. 가족 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하고, 가족 간 화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 법조계 관계자들은 1심과 2심 판결이 워낙 확고해 추가로 쟁점이 드러나지 않는 한 이맹희씨가 상고를 하더라도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일찍부터 관측해 왔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이맹희 전 회장)가 미필적 인식 아래 피고(이건희 회장)가 이병철 선대회장의 생전 의사에 따라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양해하거나 묵인했다고 인정된다”고 밝히는 등 1심보다 더 확고히 이건희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어찌됐든 법정공방이 끝난 만큼 이제 관심은 형제간의 화해 여부에 쏠리고 있다.

그런데 ‘삼성가 분쟁 종결’이 이뤄진 2월 26일 모 일간지가 ‘삼성가 상속재산 분쟁 일단락…이맹희씨측 항소 포기’ 제하의 기사를 보도해 독자들을 헷갈리게 했다. 앞서 6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4부(재판장 윤준 부장판사)가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하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 인도 청구 등 모든 청구를 기각했는데 갑자기 항소 포기라니. ‘항소’ ‘상고’ ‘상소’ 등 비슷비슷한 법률용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오보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헌법상 3심제를 인정한다. 따라서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으면 2심, 3심 등 상급법원에 또다시 재판을 요구할 수 있다. 이것을 통틀어 상소라고 한다. 상소에는 항소와 상고가 있다. 둘 다 판사의 ‘판결’에 불복해 상급 법원에 재판을 요청하는 법률행위로, 본질은 같다. 항소는 지방법원(제1심)의 판결에 불복해 고등법원(제2심)에 제기하는 소송이고, 상고는 고등법원(제2심)의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재판을 요청하는 것이다.

한편, 항고는 판결이 아닌 경미한 사항이나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결정, 명령 등에 불복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사안이 ‘판결’에 관한 것인지 혹은 ‘결정’, ‘명령’에 대한 것인지를 살펴 용어를 정확히 사용해야 한다.

한자 법(法)은 물 수(水)변에 갈 거(去)로 이뤄졌다. 혹자는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를 물 흐르듯 순리대로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 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순리를 거스르는 싸움은 재산 때문이든 자존심 때문이든 오래 끌어 좋을 게 없다. 법원도 화애를 권고하지 않았던가. 순리상 우애가 돈보다 귀하다. 노년으로 접어든 두 형제가 화해하고, 나아가 삼성-CJ그룹 간 관계가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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