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정의 세종 인사이트]살얼음판 ‘한국경제’, 느긋한 ‘경제팀’

입력 2014-02-1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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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경제의 회복조짐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최근 5개월간 경기흐름에 대해 정부가 내놓고 있는 평가다. 정부는 근래 경제 상황에 대해 일관되게 긍정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고용· 물가 안정세 속에 수출과 광공업생산이 늘어나는 등 실물경제 지표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였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얼마 전 국회에서 지난해 4월 부동산대책 이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거래량도 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부동산시장에 상당한 회복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기 좋은 숫자들은 모래 위의 성과 같다. 일부 지표는 나아졌지만 소비와 투자가 민간은 제대로 살아나지 않아 체감경기엔 좀처럼 온기가 돌지 못하고 있다. 현 부총리는 주택시장 회복세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여전히 급매물 위주로만 매매가 이뤄지고 있어 ‘상당한 회복’으로 설명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한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팀의 현실과 동 떨어진 다소 ‘느긋한’ 경제인식은 지난 14일 공공부문 부채 결과 발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가 공공부문의 재정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처음으로 비금융 공기업까지 포함시켜 공공부문의 부채를 산출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리한 내용을 빼고 유리한 내용만 공개했다는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에 발표한 총 821조원의 공공부문 부채(2012년말 기준)엔 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 부채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보유한 국채 92조원, 공무원·군인연금 등 연금충당부채 437조원, 민간 부문에서 채무불이행을 했을 때 정부가 대신 갚아줘야 하는 보증채무 146조원 등은 빠졌다.

이같은 계산법은 국제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국가채무에 전체 공공기관 부채, 국가 충당부채 및 보증채무를 단순 합산할 경우 부채가 과다 계상돼 대외신인도나 국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하지만 국민연금 보유 국채, 사학연금 충당부채, 민간부문 보증채무 등은 결국 정부가 떠안아야 할 잠재적인 ‘나라빚’이다. 정부가 ‘국가부채 1000조원’이라는 비난에 대한 우려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통계상 잡히는 부채를 최대한 축소 발표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부채 통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였다”는 국제통화기금(IMF)와 S&P 등 신용평가사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크게 부각시킨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경제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1년여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새 정부 들어 각종 경제정책이 쏟아졌지만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은 면피용, 재탕 삼탕 대책에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에 대한 ‘불신론(論)’만 커져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경제수장의 잇따른 ‘말 실수’로 정책 효과는 더욱 반감됐다.

공공부채 821조원은 국내 총생산(GDP)의 65%에 달한다. 한국경제는 공공부채와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이미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이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을 제거하기 위해 지자체, 공기업을 채찍질해 만반의 대응에 나서야 할 시점임에도 정부는 석연치 않은 통계치를 제시해 또한번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경기회복엔 무엇보다 ‘시장의 심리’가 중요하다고 한다. 물론 정부 말대로 과도한 비관이나 불안 심리는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본질을 감춘 안이한 경제인식은 국민의 불신과 정책 피로감만 자초할 수 있음은 분명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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