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 오른 정부ㆍ공기업 주도 택지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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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묶인 민간업체, "주택사업 하지말란 이야기인가?"

최근 송파신도시 개발을 둘러싸고 지자체가 반발을 하면서 정부와 공기업 등 국가 주도의 부동산, 주택 개발사업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시장경제체제를 무시한 지나친 국가의 개입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해 한 해 동안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된 곳의 면적이 주택200만호 건설계획이 발표된 89년 이후 최대란 점이 바로 이같은 국가주도의 '불도저'식 개발실태를 잘 보여주는 사례.

특히 참여정부 들어 펼쳐지고 있는 대형 개발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민간은 거의 배제된 채 정부와 토지공사, 그리고 주택공사로 이어지는 삼각라인만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8.31대책에서 발표된 이후 입법과정까지 마친 공공택지 공영개발 재도입 방침에서 잘드러난다. 즉 정부의 취지는 개발이익은 국가가 모두 가져가야 한다는 내심 속에 민간업체의 시장 참여는 결국 분양가 인상에 따른 투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 공영개발 문제는 없나?

정부의 주택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 의지는 공영개발 방식의 재도입에서 잘나타난다. 정부는 개발이익을 공공이 거둬가야 하는 만큼 민간업체가 터무니없이 분양가를 올려 개발이익을 독점하고, 투기꾼들이 매매가를 올려 프리미엄을 가져가는 것을 원천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는 상태다.

한 건교부 관계자는 "주택은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공영개발방식의 재도입 타당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국가주도의 개발방식에 대한 민간기업의 반발은 시간이 더해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특히 중소건설업체의 상실감은 더욱 큰 상태.

최근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브랜드 마케팅이 강화되면서 자체브랜드로는 사업권을 따내기 힘든 이들 중소건설업체의 경우 아파트 분양지역은 대부분 택지개발지구에 국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개발이 실시되고, 판교신도시 아파트 공급에 적용되는 턴키방식 수주방식이 자리잡게 되면 결국 중소업체들은 주택사업을 더이상 추진할 수 가 없게 된다고 푸념하고 있다.

중소건설업체의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업체는 지금도 주택공사 분양 아파트의 건설 하청업체인 상태" 라며 "공영개발이 추진되면 결국 주공 아파트 시공사업도 대기업들이 독점하게 될 것인 만큼 중소업체가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공영개발은 민간건설업체가 대단위 아파트 단지 건설 능력이 없었던 70년대와 80년대 초반 주택공급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된 개발 기법" 이라며 "80년대 중반 이후 사실상 '필요가 없어' 사라졌던 공영개발이 분양가 문제로 부활한다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 국영기업의 지나친 비대화도 우려돼

여기에 대형 택지개발사업이 난립하게 됨에 따라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비정상적인 비대화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란 게 민간 기업체들의 인식이다.

특히 토지수용 및 공급권한을 갖고 있는 토지공사의 경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게 될 전망이다. 최근 판교신도시에 협의양도인택지 공급을 신청했다가 지난해 12월 30일 최종 기각된 (주)한성 관계자는 "토공이 택지개발촉진법 상의 원칙마저 무시하며 자의적인 대토 공급 체계를 만들었다" 며 "사태가 이와 같음에도 현재까지 토지공사의 통보조차 없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가기업의 비대화는 결국 민간업체의 위축으로 이어져 고용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 98년 김대중 정부시절 공기업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예고됐던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 문제는 공영개발에 따라 완전히 자취를 감춘 상황. 오히려 정부가 내걸고 있는 대형 택지개발 사업과 공영개발을 '무리 없이' 추진하기 위해 사세를 더욱 확장해야할 형편이다.

더욱이 잉여 인력이 발생할 경우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대신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자사 인력을 보호하는 공기업의 특성 상 정부의 이 같은 택지공급 체계변화는 결국 소위 말하는 '강철밥통'을 양산하는 일이라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문제해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정부가 주택시장 과열화가 민간업체의 분양가 인상과 과열 경쟁에서 시작됐다는 시각이 확고하기 때문. 건교부 관계자는 "98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업체들의 분양가 인상 러시와 이에 따른 주변 집값의 앙등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며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의 시장개입은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로선 분양시장의 안정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한 이러한 직접적인 시장개입을 중단할 수가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들은 분양가 과다 인상에 대해서는 시인하면서도 분양가 자율화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 수준에서의 원가 공개와 원가연동제 실시로도 충분히 분양가 억제는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정부와 중소 민간건설업체들의 진통은 올 3월 있을 판교 분양을 기점으로 서서히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직 공영개발이 현실화되지 않은 만큼 업체들의 불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라며 "판교 분양과 송파신도시 등 대형 공영개발사업이 하나 둘 추진되면 잠재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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