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스마트樂]삼성을 ‘기업’답게 내버려 두라

입력 2014-01-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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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난리가 났다. 아니 났었다. 삼성이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전면 개편한다고 발표하자마자 대학, 정치권, 시민단체, 네티즌들 모두가 거세게 반발했다. 이제 삼성이 채용 개편안을 전면 백지화했으니 좀 잠잠해질까.

우리는 여기서 이 사태의 본질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직원 채용 방식은 각 기업이 행사하는 몫이자 권리다. 삼성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바탕으로 신입사원 채용 제도를 바꾼 것에 불과하다.

만일 국가가 공무원 선발 방식을 바꾸려 한다면 사회적인 합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 정부가 아니다. 아무리 파급력이 크다고 할지라도 이는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부 정책보다 삼성의 기업 활동을 위한 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상이다.

대학 총장 추천제에 대해 제대로 알고 비난했던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는 물음표도 생긴다. 삼성은 총장의 추천을 받은 인재에게 서류전형만 면제시켜준다. 총장 추천이 합격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적용 규모도 전체 대졸자 채용 인원의 6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삼성의 채용 개선안은 하루 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한 해 응시인원 20만명. 최근 몇 년간 ‘삼성 고시’로 불릴 정도로 삼성 채용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막대한 사회적 비용 지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해외 유명 기업이 채용 제도를 바꿨다고 해서 이렇게 이슈가 되는 경우가 있을까. 더 나아가 일반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이색 채용을 한다고 해도 우리는 외국 기업 답게 혁신을 보여줬다고 추켜세울지도 모를 일이다.

버진그룹의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은 2011년부터 버진 전 계열사에 전과자를 채용했다. 브랜슨은 전과자에게 허드렛일을 주지 말라고도 당부했다. 그는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자리를 얻은 사람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사장도 이색 채용을 도입한 기업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창업 초기,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맞서 경쟁하려면 학벌이나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 개성있고 추진력있는 인재가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철학은 밥 빨리 먹기, 화장실 청소 등의 시험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한국IBM은 신입사원 채용 서류 전형에서 장애인과 보훈 대상자 외에도 성 소수자(GLBT. 게이·레즈비언·양성애자·트랜스젠더)에게 가점을 부여한다. 다양한 사람이 어울려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같은 사례를 삼성에게 대입시켜보자. 삼성이 전과자와 성소수자에게 취업시 가산점을 주고, 밥 빨리 먹는 사람을 채용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파장이 있었을 것은 자명하다. 이를 도입하기까지의 고민과 철학은 금새 뒷 전으로 밀려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국내 1위 그룹인 삼성에게 혁신을 주문하며 기대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반발에 새로운 변화나 실험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가만히 있는게 최고’라는 인식이 굳어지는 건 시간 문제다. 삼성을 ‘기업’으로 내버려 둬라. 삼성은 국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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