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대표 “CEO로서 현실직시 않고 도전만 하는 건 죄”

입력 2014-01-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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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솔루션 히트 행진 연매출 345억… 日 진출 6년만에 고객사 5000개

국산 소프트웨어의 하나로 일본 진출 6년 만에 일본 내 5000개 기업 고객을 확보, 연간 100억원대 엔화를 벌어들이는 토종 SW업체가 등장, 또 하나의 성공신화를 일궈내고 있다.

주인공은 보안솔루션 전문업체 ‘지란지교소프트(이하 지란지교)’다. 이 회사는 보안웹파일 서버, 발송메일승인 솔루션, 스팸차단 솔루션 등 크고 작은 SW를 무더기로 들고 일본으로 건너간 지 6년여 만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대기업 중견기업군을 무려 5000개사나 확보,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다. 지란지교는 일본뿐 아니라 싱가포르 시장도 종횡무진 휩쓸고 있다.

시스템 보안 솔루션은 물론, 스팸메일을 걸러내는 솔루션, 청소년의 유해사이트 접속방지 솔루션, 게임시간을 조정해주는 솔루션 등 기발하고 독창적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란지교의 제품들은 다양한 고객층의 요구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덕분에 이 업체의 제품에는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사진=방인권 기자

◇마음껏 도전하고 철저히 단련하라 = 오치영(44) 대표는 넘치는 에너지가 눈길을 끈다. 큰 목소리와 쾌활한 스타일, 동작 하나 하나에 힘이 있다. 내년에 창업 20주년을 맞는 오 대표는 숱한 시행착오를 거친 베테랑 벤처기업가답게 사업과 기업에 대해 나름의 확신과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매우 원숙하고 노련한 경영 노하우를 자랑한다.

오 대표의 집무실은 여느 CEO 방과는 사뭇 다르다. 골프공, 야구공은 물론 간단히 운동을 할 수 있는 역기도 있다. 소파 뒤 책장엔 고전, 종교, 철학, 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꽂혀 있다. 끝없는 창의력과 스스로의 직관력을 위해 인문학 및 최신 경영서적, 새로운 해외 베스트셀러까지 모든 분야 서적을 빠짐없이 챙긴다.

오 대표는 창업 초기 세미나, 기술발표회 등 크고 작은 신기술 소개 행사에 빠짐없이 참가하는 CEO로 유명했다.

칠판으로 개조한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항상 노란색 분필로 기록된 메모들이 빼곡하다. 원색으로 채색된 장난기 가득한 그림도 여기저기 걸려 있다.

오 대표는 인터뷰 내내 ‘꿈’과 ‘도전’을 강조했다. 두 단어는 지란지교를 지탱해온 가장 근원적인 힘이라고 강조한다.

지란지교가 설립된 것은 1994년. 친구 3명과 시작한 벤처기업은 현재 직원 수 180명, 연매출 345억원대에 이른다.

순수 SW만으로 매출 100억원대 규모는 하드웨어업체 기준으로 삼으면 연 1000억원대와 맞먹는 영업이익과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뼈아픈 구조조정, 현실적 이상주의자 = ‘벤처의 교과서’ 오 대표에게도 뼈아픈 실패 경험이 있다. 2002년 심각한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 코스닥 상장에 실패, 사옥까지 매각해야만 했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도전이 불러온 참사였다.

“당시 지란지교가 승승장구하면서 직원이 200명을 넘어섰어요. 조직이 둔해지기 시작했는 데도 눈치를 채지 못했죠. 결국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너무 아프더라고요. 최고경영자로서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도전은 배임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오 대표는 구조조정 후 매년 △내실경영 △인재경영 △글로벌경영 등의 방식으로 목표를 세우고 잘못된 경영방향을 세세히 수정해 나갔다. 위기는 곧 기회로 바뀌었다. 원가절감과 글로벌 진출에 모두 성공하며 알짜기업으로 재탄생한 것.

특히 그는 연구 개발에 대한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책임경영도 함께 강조했다. 오 대표는 이러한 경영방침의 일환으로 17일 가장 실적이 좋은 ‘지란지교시큐리티’를 분사하기로 결정한다. 몸집을 가볍게 해 혁신을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동시에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가장 실적이 좋은 부서를 분사하는 게 쉽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 확신이 있어요. 혁신을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확신이죠. 창업을 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겁니다.”

◇글로벌기업으로 변모하는 지란지교 = 오 대표는 지란지교를 100년 이상 가는 기업으로 만들려면 글로벌 진출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오 대표는 2007년 일본에 입성한다. 그는 일본 기업이 까다롭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항상 ‘완벽’을 요구할 줄은 몰랐다고 술회한다. 일본 기업이 요구하는 완벽함이란 제품의 성능뿐만 아니라 사후관리까지 총망라하는 서비스를 뜻하는 것.

일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들인 끝에 지란지교는 일본 시장에서 매년 2배씩 성장, 2011년에는 지란지교 일본 법인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년 만인 2012년 무려 80억원의 매출을 기록, 현재 일본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오 대표는 해외시장 진출의 성공 비결에 대해 ‘직접 발로 뛰는 것’이라고 귀띔한다. 문제는 기술력보다 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일본 기업의 신뢰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지란지교는 승승장구한다.

보안웹파일 서버인 기가팟(GIGAPOD)은 일본에서 4000여개의 기업 고객을 확보하며, 파일 전송분야 3위에 올랐다. 발송메일승인 솔루션인 메일팟(MAILPOD)과 스팸차단 솔루션인 스팸스나이퍼(SPAMSNIPER) 역시 각각 500개, 200개 기업고객을 확보, 지란지교는 일본 내에서만 5000개가 넘는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싱가포르와 미국, 중국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꿈꾸고 도전하라 = 벤처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꿈꾸는 일을 마음껏 해 보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오 대표. 꿈와 열정 그리고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의 이러한 정신은 지란지교를 관통하는 경영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지란지교는 현재 ‘드림 플랫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꿈과 열정만 있으면 회사 내 직원뿐 아니라 외부 SW업체들도 지란지교를 통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마케팅력 부족으로 묻혀 있는 흙 속의 진주 같은 국내 SW제품을 지란지교의 유통망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오 대표는 지란지교를 △매출 1000억원 달성 △2014년 세계 100대 SW기업 입성 △100년간 지속가능한 회사로 성장시키겠다는 ‘1000-100-100’ 목표를 주문처럼 흥얼거린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사물인터넷(IoT)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한다. 그의 도전이 또다시 어떤 성공신화를 일궈낼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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