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현장을 가다] 순찰차 한 대 수백곳 담당… 침입경보 울리면 10분내 출동

입력 2013-11-2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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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스원… 고객 재산·안전 지키고 금융권 보안설비까지

▲김준형 온라인부 차장(오른쪽)이 에스원 정종영 CS팀 직원과 함께 지난 10월 경기도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를 돌아보며 현장 체험을 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너무 걱정 마세요. 큰 일은 없을 겁니다, 저희 출동요원 잘 따라다니시면 되고, 그리고….”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쉼 없이 귓가를 맴돌지만 들리지 않는다. 긴장감 탓에 머리칼까지 쭈뼛거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듯한 평범한 가을 밤.

에스원 출동요원과 똑같이 안전모와 경비복을 입었다. 지금부터 이들과 함께 하룻밤을 체험한다. 오늘 밤, 나는 어두운 도시를 지키는 보안관이 된 셈이다.

◇침입경보 울리는 순간 10분 안팎에 도착 = 지난 10월, 어둠이 깊게 깔린 고양시 모 처에 자리한 삼성에스원 지사를 찾았다. 시작부터 긴장감이 엄습하고 심장은 방망이질 한다. 이곳 분위기가 그렇다. “차라리 그냥 몸으로 때우는 일을 할 걸….”

한국경제 이끄는 산업현장 여덟 번째는 무인경비업체 삼성에스원의 출동요원 체험이다. 언뜻 이해가 안될 수 있다. 한국경제, 그리고 무인경비업체 사이에서 공통분모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내를 살펴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국내 무인경비 업계는 단순하게 자영업자와 가정을 지키는 경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크게는 금융권의 보안설비와 전산센터, 수출 주력기업을 비롯한 각 기업의 물류센터의 보안까지 책임진다. 흔한 말로 ‘도둑’만 잡는 게 아니다. 예기치 못한 화재나 그 밖의 안전에 관한 모든 것을 도맡는 것이다.

에스원은 보안 관련 업계를 선도하는 업체다. 보안요원의 육성과 서비스 매뉴얼도 에스원이 기준이 된다.

“일단 침입경보가 울리면 규정상 25분 안에 출동하도록 돼 있습니다. 저희 자체적으로는 7분, 늦어도 10분이면 어느 곳이든 출동할 수 있습니다.”

오늘 밤, 햇병아리 출동요원을 보살펴(?)줄 베테랑 요원은 에스원 고양지사의 정종영 전임(35)이다. 에스원에 입사해 1년 가까운 교육을 거쳐 보안요원의 자격을 얻은, 10년차 경력의 베테랑 출동요원이다. 에스원 보안요원들은 사원과 선임을 거쳐 전임이 된다. 현장요원으로 경력을 쌓으면 팀장급으로 승진해 관리업무를 담당한다.

훤칠한 키와 시원한 외모의 정종영 전임은 부산 사나이 특유의 남자다움이 가득했다. 그러고 보니 현장요원이나 현장요원 출신의 관리직 사원 모두 마치 영화배우 같은 날카로운 눈매와 건장한 체격을 지녔다.

정 전임이 에스원 로고가 찍힌 헬멧을 건넨다. 태연한 척 받아들었지만 걱정이 앞선다. 안전 헬멧은 행여 침입자의 공격이 있을 때, 출동요원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비다. 에스원의 가장 첫 번째 임무는 사건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해 고객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이어 경찰을 포함한 공권력을 도와 2차 사고를 예방하는 일을 한다.

▲본격적인 출동(?)에 앞서 사전 주의 사항과 체험 계획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오늘 하루 초짜 보안관을 보살펴줄 베테랑은 삼성에스원 고양지사 CS팀 '정종영 전임'이다.노진환 기자 myfixer@
◇순찰 반복될 때마다 긴장과 안도의 한숨 교차 = 순찰차에 올랐다. 겉 모습은 평범한 2000cc 중형차지만 실내는 출동요원만을 위해 꾸며져 있었다. 실내 오른쪽은 시트를 제거하고 필요한 장비와 물품으로 가득차 있었다. 세부 내용은 공개되어서도 안되고 사진 촬영도 금물이다. 영업비밀이기도 하지만 고객사의 수많은 정보가 있기 때문이다.

양해를 얻어 그나마 남아있는 운전석 뒷자리에 뚱뚱한 몸을 구겨넣는다. 경광등을 번쩍이는 차량의 뒷자리에 앉아있으니… 마치 어딘가로 잡혀가는 분위기다.

2교대 근무의 시작은 고객사를 하나씩 순찰하면서 시작한다. 불꺼진 영업장을 순찰하고 안전을 확인하고서 자리를 뜨기를 반복한다. 하나하나 순찰지역을 거쳐갈 때마다 긴장과 안도의 한숨이 번갈아 일어난다.

단순하게 순찰에만 업무영역을 국한하지 않는다. 고객 서비스가 우선되는 업종이니만큼 무인경비 시스템의 정상작동 여부도 하나하나 체크하고 이를 보수유지하는 것도 출동요원의 몫이다.

출동요원은 차에서 내릴 때 반드시 상황실에 ‘하차 보고’를 한다. 그리고 아주 잠깐이라도 반드시 차문을 잠근다. 에스원의 매뉴얼이 그렇다. 차 안에 고객사 정보가 담긴 만큼 항상 보안과 안전이 철저하다.

어두운 골목길과 주택가를 지날 때면 긴장감이 더하다. 보안과 경비를 책임지는 만큼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일 고객사에 침입자가 감지되면 이 사실이 즉시 전송되고, 거의 동시에 출동요원에게도 출동명령이 떨어진다.

‘침입경보가 울리면 어떻게 하지? 도둑이 나타나면? 난 취재하러 나왔는데 나도 싸워야 하나? 나한테 덤비면 어쩌지? 열심히 도망치며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까?’

▲금융권의 보안망과 안전관리도 무인경비업체의 주요 임무다. 출동요원은 침입과 안전은 물론 갖가지 전산장애까지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노진환 기자 myfixer@
◇기업 물류센터부터 금융권 안전까지 책임져 = 그러는 사이 정 전임은 차분하게 순찰을 돌며 출동요원의 하루 일과를 풀어내고 있었다. 웃으면서 하루 일과를 풀어내는 정 전임도 순찰에 앞서서는 신중한 모습이다.

주택가를 거쳐 상가지역으로 이동했다. 정 전임은 수백 곳에 이르는 담당 구역과 고객사를 손바닥 보듯 훤히 꿰차고 있었다. 상가 순찰을 마친 뒤 고양시 우편 집중국으로 향했다. 이곳은 국내외로 배달되는 우편물이 모두 모이는 곳으로 주요 거점별 무인경비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우편 집중국은 늦은 밤에도 환하게 불을 켜고 수천개의 우편물을 분류하고 있었다. 그래도 에스원 출동요원이 주기적으로 순찰을 돈다. 화재나 침입 등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우편 집중국 한 편에 차를 세우고 주변 순찰을 진행했다. 밤 근무가 이어지는 우편 집중국은 이 같은 상황을 까맣게 모르겠지만 에스원 출동요원들은 매일 그들의 안전을 확인한다.

에스원의 무인경비는 학교라고 다르지 않았다. 순찰차는 조용히 담당구역에 자리한 중학교에 들어섰다. 요즘 이슈가 되는 학교폭력 예방도 이들에게 임무 가운데 하나다. 어둠이 깔린 학교에 들어서 학교 관계자와 당일 상황을 체크한 순찰차는 역시 인근을 한 바퀴 더 돌고 학교를 떠났다.

혹여 사고라도 벌어지면 인근 순찰조가 긴급 지원에 나선다. 순찰차 한 대가 담당하는 고객사는 수백곳 안팎. 대부분 도심 지역은 담당 순찰지역이 밀집돼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잠깐 남은 시간 동안 정 전임과 말을 나눴다. 그는 자상한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다. 밤낮이 바뀐 생활에 익숙하지만 신혼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처음에는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밤 근무가 너무 많다보니 아내가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그래도 많이 이해해 주는 편입니다.”

무인경비업체의 출동요원은 이렇게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들이 어두운 밤 한가운데 고된 업무를 이어가는 동안 고객들은 이들에게 안전을 맡기고 안식(安息)을 얻는다.

어디 정 전임뿐이랴. 전국 1800여명 에스원 보안요원은 가정과 사업장, 금융권과 물류센터 등 한국경제의 밑거름이 되는 주요 거점에서 조용히 안전을 도맡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은 바로 한국경제가 걱정없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보이지 않는 조력자였다.

애당초 “죽기야 하겠어?”로 시작한 기자의 마음은 어느덧 헬멧을 눌러쓰며 “뭐 죽기밖에 더 하겠어?”로 바뀐 지 오래다. 별다른 사건이 없어 조금은 아쉽다는 마음도 잠시, 모두의 안전에 아무 이상이 없는 하루여서 더 안도한 하룻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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