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의 ‘폴리케톤’ 개발 집념… “10년간 웃지 못할 일 많았죠”

입력 2013-11-05 10:48 수정 2013-11-0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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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안전성 확보에 진통, 연구원 혁신적인 발상으로 해결

“10년 간 웃지 못할 일도 많았죠. 선진국들이 여럿 도전했지만 실패했던 이유가 다 있더군요. 하지만 조석래 회장님을 비롯해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상용화까지 성공하게 돼 뿌듯합니다.”

효성기술원 관계자가 4일 ‘폴리케톤’ 상용화 발표장에서 꺼낸 한 마디다. 효성이 개발·상용화에 성공한 고분자 원천소재 폴리케톤은 효성기술원 연구진의 10년의 땀이 묻어있는 성과다. 조석래 회장의 특명에 의해 추진된 만큼 연구진들의 비장함도 컸다. 그만큼 개발과정에서 난항과 에피소드도 많았다.

효성기술원 연구진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폴리케톤의 가공안전성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고분자 신소재이기 때문에 입증된 성공 사례도 없었다. 이에 연구진은 플라스틱 가공안정제 전문제조업체들을 수배, 각종 고분자 소재와 관련된 안정제들을 적용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효성기술원 관계자는 “폴리케톤은 미국, 일본 등 글로벌 화학사들도 상용화를 포기한 소재인만큼 연구개발 과정에서 진통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가공안정성 확보를 위해 안정제 범위를 식품 첨가제까지 확대시키는 등 여러 노력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결국 기대하지 않았던 금속염 포함 첨가물까지 범위를 확대해 적용했다. 이는 한 연구원의 ‘발상의 전환’이 시초가 됐다. 연구진은 당초 금속염 함유 물질이 고온의 폴리케톤 용융상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안정제 후보로 제외했지만 한 연구원이 이를 역으로 제안했던 것.

결국 연구진은 이 방법을 통해 식품 첨가제 한 가지가 폴리케톤 가공안정성 향상에 맞는 물질임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한 연구원의 용기있는 제안이 성공의 ‘키(key)’ 역할을 한 셈이다. 이 사건은 연구진들 사이에서도 폴리케톤 상용화의 가장 큰 에피소드로 꼽힌다.

시험생산 과정에서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당초 폴리케톤의 시험생산 설비는 불안정한 모습을 종종 보여 연구원들을 불안케했다. 이에 효성기술원 측은 용연공장의 설비에 울산 중앙시장에서 구입한 명태를 매달았다. 설비 안정화에 대한 연구진들의 염원을 담은 상징이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매달아 놓은 명태들이 자취를 감췄다. 근처에 있던 까마귀떼들이 다 먹어치웠던 것이다. 이 일은 아직도 연구진들 사이에선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기억되고 있다.

연구진들은 또 조석래 회장의 열혈 강의도 이번 폴리케톤 개발에 한 몫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효성기술원 조해석 중합공정연구3팀장은 “회장님이 종종 연구원들을 직접 불러 칠판에 화학식을 써가며 다양한 개발 방안을 제시해줬다”면서 “화공과 출신인만큼 일부 부분에 있어선 날카로운 지적을 해서 연구진들을 놀라게 했다. 발상의 전환 측면에서도 도움이 됐고 연구원들에게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는 부분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폴리케톤에 대한 이론은 이미 미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돼 왔다. 하지만 상용화까지 갔던 기업들은 없었다. 이것은 효성연구진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한편 효성은 오는 2015년부터 2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5만톤 규모의 폴리케톤 생산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폴리케톤은 일산화탄소와 올레핀으로 이뤄진 친환경 고분자 신소재로 자동차, 전기·전자 내외장재 등 엔지니어링플라스틱과 타이어코드 등 섬유용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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