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짧은 가요계 ‘아이돌 편식’

입력 2013-11-0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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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장르에 끼워맞추기식 음악…지나친 편중에 한류 저해 지적도

“특정 장르의 음악만 하는 회사가 많아지고 그 회사들이 가요계를 움직이고 있다.”

얼마 전 가수 윤종신은 우리 가요계의 현실을 이렇게 꼬집었다. 아이돌을 제작하는 몇몇 회사가 가요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데뷔 23주년을 맞은 가수 신승훈 역시 “우리 가요계가 한 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다”라고 진단하며 “가수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대신 이미 구축된 시스템 안에 그들을 집어넣은 결과 각 가수의 개성이 없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들의 말처럼 우리 가요계는 개성을 잃었다. 아이돌 댄스 음악이 가요계의 주류가 되고, 이것이 K팝 열풍으로 번지면서 가요계는 순식간에 아이돌 천국이 됐다.

10월 25일 방송된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음악 방송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프로그램마다 20여팀이 등장한 가운데 아이돌이 아닌 팀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그나마 가을을 맞아 발라드 가수들이 컴백하고 최근 힙합 뮤지션들이 주목받으면서 나아진 결과이다. 대부분 아이돌 그룹이나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들만이 음악 방송 프로그램을 장악한다.

가수가 신곡을 홍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인 음악 방송 프로그램이 아이돌들을 위한 무대로 변질되면서 아이돌이 아닌 가수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과거 활발히 활동했던 한 기성 가수는 “신곡은 나왔는데 방송 한 번 잡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연말 시상식도 그들만의 축제로 전락했다. 오는 14일 열리는 ‘2013 멜론 뮤직 어워드’가 선정한 톱(TOP)10 중 30대 가수는 다이나믹듀오 한 팀뿐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유기홍 의원이 대중음악사운드연구소(소장 박준흠)와 함께 만들어 제출한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K팝의 특정 장르 편중 현황과 대책’을 보면 우리 가요계 아이돌 편중 현상의 심각성을 좀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지난해 미국 빌보드 핫(HOT)100 결산 차트에서 상위 3개 장르는 팝(31%), 록(26%), 컨트리(13%)로 나타났다. 이웃 일본의 오리콘 차트 톱50에서도 상위 3개 장르는 팝(35%), 아이돌(31%), 록(20%)이 고른 분포를 보인다. 그러나 한국 공인 음악 차트인 가온차트 톱100에서는 아이돌 음악이 82%로 압도적인 지분을 차지한다. 팝(8%)과 OST 음악(5%)이 뒤를 이었으며 힙합, 록, 포크 등은 1% 정도의 미미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가요계에서 장르적인 다양성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아이돌 음악 편중 현상이 결국 K팝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란 점이다. 유기홍 의원은 “국내의 아이돌 음악 편중 현상은 전세계 음악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영미권 음악 팬들의 기호와 다르다”고 분석하며 “우리 대중음악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아이돌 음악밖에 없어서 10대 댄스 음악 팬들만 공략할 수밖에 없다면 한류의 전망은 밝지 않다”고 염려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악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송사들이 음악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장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기본적인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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