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살리기의 역설…외국계 기업 배만 불린다

입력 2013-10-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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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 면세점 운영권 '듀프리'에 낙찰…타이어·조명·광고시장도 외국계 기업에 잠식

김해공항 중소기업 전용 면세점구역 운영자로 글로벌 면세점 업체 ‘듀프리 토마스줄리코리아’가 선정되면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역차별 논란이 결국 현실화됐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대기업을 배제했더니 정작 국내 중소·중견 기업보다 자금력에서 앞선 외국계 기업이 사업권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중소·중견기업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해공항 면세점 DF2(434㎡) 구역 운영자에 글로벌 면세점 업체 듀프리의 국내 자회사인 ‘듀프리 토마스줄리코리아’가 낙찰됐다. 이 구역은 면세점 전체 면적의 약 40%를 차지하는 곳으로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정책에 따라 중소·중견 기업으로 입찰 자격이 제한된 곳이다. 이 때문에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등 국내 대기업들은 입찰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듀프리는 이 규정을 역이용해 국내에 소규모 법인을 세워 중견기업 자격을 취득했다. 결국 지난해 약 4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듀프리가 국내에서 중견기업으로 둔갑해 실속을 챙긴 것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로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라는 DF2 구역의 목적은 상실된 셈”이라며 “이번 일을 전례 삼아 외국계 업체의 우회 입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공항공사 측은 “처음부터 개별 기업에 대해 지원 제한을 둔 것이 아니다”며“듀프리 토마스줄리코리아는 신설 국내 법인으로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인정받은 중견기업이다. 입찰 절차 상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중소·중견기업 정책을 역이용한 외국계기업들의 활동은 이미 논란거리였다. 특히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발표할 당시 이를 빌미로 시장을 선점하는 외국계 기업들이 늘어났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2011년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재생타이어의 경우 국내 타이어 회사들이 주춤한 사이 글로벌 브랜드인 미쉐린, 브리지스톤 등이 국내 시장 진출과 투자를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조명기구 시장도 대기업 참여가 배제된 이후 국내 시장의 60~70%가 GE, 오스람, 필립스 등 외국계 대기업에게 잠식됐다. 추 의원은 조명기구는 대기업 참여 배제로 국내 제품 경쟁력이 악화돼 무역 역조 현상이 확대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따른 수혜도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아니라 외국계 기업이 가져가고 있다.

SK에너지는 최근 주유소 TV 광고를 재개하는 과정에서 2006년 외국계인 미국계 광고회사 오길비앤매더에 넘어간 금강오길비를 대행사로 선정했다. SK텔레콤의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 광고 물량은 미국 종합광고대행사인 TBWA가 가져갔다. 제일기획이 맡고 있던 삼성화재 자녀보험 TV 광고 물량 역시 TBWA로 넘어갔다.

이밖에도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마련한 공공시장 역시 외국계 기업이 기회를 잡는 경우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최근 안전행정부는 오는 12월 입주하는 정부세종청사 내 산업통상자원부와 교육부 등 중앙부처의 구내식당 위탁운영자로 미국에 본사를 둔 아라코를 선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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