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까사미아와 ‘증자의 돼지’

입력 2013-10-1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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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전 한비자에는 ‘증자(曾子)의 돼지’ 라는 고사가 나온다.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공자의 제자 중에 증자라는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가는데 아이가 울면서 따라간다고 보챘다. 아내가 ‘돌아와서 돼지를 잡아줄 테니 집에 있으라’고 달래자 아이는 말을 들었다.

아내가 장을 보고 돌아오자 증자는 돼지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아내가 깜짝 놀라며 ‘아이를 달래려 한 말인데 정말 잡으면 어떡하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증자는 ‘아이에게 속임수를 가르치려고 하느냐. 어미가 자식을 속이면 자식이 어미를 믿지 않게 된다’며 돼지를 잡았다.

‘증자의 돼지’가 내포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정답은 간단하다. 아이에게 한 약속도 약속이고, 속임수보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까사미아 침대 벌레 논란을 보면 ‘증자의 돼지’가 무색하다. 까사미아는 지난달 25일 방송을 계기로 ‘침대 벌레' 논란에 휩싸였다. 까사미아는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가 같은 사례로 고객만족센터로 요청할 경우, 절차에 따라 제품 교환 또는 전액 환불 처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까사미아의 약속은 무색하기 그지 없었다. 지난 10일 한 매체는 소비자 최모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2년 전 까사미아에서 구입한 가구에서 먼지다듬이가 발견됐지만 보증기간 1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한 사례를 공개했다. 최씨는 “회사 측의 잘못이므로 당연히 환불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회사에 항의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까사미아가 구입 후 1년이 지나 환불이 안 되니 방역 소독을 해 주겠다고 하거나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적절히 조치하겠다는 보증서를 써 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한다고 지적했다.

침대 벌레 논란이 일었을 때에는 발빠르게 사과문을 올리고,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는 전액 환불 및 교환 처리를 약속했던 까사미아.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약속과 다른 보상을 진행하고 있는 행태를 소비자는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만드는 임시방편이 아니다. 특히, 기업과 소비자 간에 이뤄지는 약속은 기업의 존폐와도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약속은 신뢰의 또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까사미아의 행태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펠드민 교수가 한 말이 생각난다. 로버트 펠드민 교수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얻는 것이 있거나 상대방에게 인정받거나 또는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돌아보면 까사미아가 침대 벌레 논란이 불거진 후 단 하루 만에 공식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보상 방안을 언급한 것은 (소비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자 했음이 분명하다.

이제 까사미아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한 약속의 실천이다. 당초 약속한 것처럼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부분적인 보상이 아닌 완전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는 까사미아가 진정 ‘증자의 돼지’를 아는 기업이라고 인식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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