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석의 야단법석]‘비리백화점’ 한수원

입력 2013-10-10 10:56 수정 2013-10-1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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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500만원, 1년 183억6000만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임직원들이 지난해 근무일수(249일) 대비 법인카드로 긁은 밥값이다. 지난해 여름 전력대란 속에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맸을 때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배만 불린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8조3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심각한 지경을 모를 리 만무한데도 말이다.

국감자료를 보면 한수원의 밥값 지출은 2010년 97억5000만원, 2011년 120억1000만원으로 매년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91억3000만원을 썼다.

말단부터 전 사장까지 비리에 연루되면서 이들에게는 국민의 혈세인 공금이 그저 ‘눈먼 돈’이다.

국민의 지탄을 받았던 각종 원전 비리 등에 연루된 한수원 직원들은 평균 1억원이 넘는 검은 돈을 받았다.

2001년 이후 금품수수 혐의로만 기소된 직원은 모두 45명이다. 이들이 받은 46억3600만원은 직원 1명당 1억300만원 꼴이다.

해마다 거듭되는 여름 전력대란이 다 한수원의 복마전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도 이들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는 끝이 없다. 가히 ‘비리 백화점’ 수준이다.

음주가 금지된 이슬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에 파견된 직원들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고, 그것도 모자라 현지 경찰에 행패를 부려 국제적 망신을 샀다. 부모 회갑을 팔아 경조사비를 챙긴 직원이 있는가하면, 내부 교육생에게 평가 문제를 유출해 합격을 도운 뒤 포상금을 나누기도 했다. 또 수의계약 대상이 아닌 사업을 수의계약 형태로 지인에게 넘긴 ‘한수원식 일감 몰아주기’ 비위도 적발됐다.

외상값을 납품업체에 대납하도록 요구한 직원은 견책, 납품업체에서 상품권을 받거나 향응수수·골프접대·청탁알선 등의 비위를 저지른 직원은 정직 또는 감봉으로 마무리됐다. 한수원은 이들 비위 직원들에게 경고와 주의처분 등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한마디로 징계 시늉만 냈다. 징계를 내려야 할 최고경영자까지 비리에 연루된 마당에 누가 누구를 징계해야 하는지조차 모를 법하다.

그렇다보니 한수원의 비위 사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9년 18건이던 징계가 2010년 21건, 2011년 29건, 2012년 84건으로 크게 증가했고, 올해는 8월까지 벌써 49건이나 됐다.

심지어 지난 6월 원전 시험성적서 위조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한수원의 고위간부 178명은 4개월이 지난 9월까지 급여를 75억4200만원이나 받았다.

아직 간부들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고 둘러대는 한수원의 뻔뻔함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수원 비리는 원전 안전과 직결되기에 새 사장 취임을 계기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환골탈태해야 한다. 반부패·청렴서약서를 받느니 하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미봉책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일부 시민단체의 “원전 가동 권한을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에 국민은 지금 동의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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