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의 저주]돈줄 마른 기업의 달콤한 독 'CP'

입력 2013-10-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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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낮아도 차용서 한장이면 ‘자금조달’… 차환발행 땐 이자 ↑ 상환주기 ↓

기업어음(CP)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STX그룹에 이어 한때 재계 순위 5위까지 올랐던 동양그룹마저 침몰 직전으로 몰고 가고 있다. 또 LIG그룹 및 웅진그룹의 수장들은 사기성 CP 발행으로 실형을 선고받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수난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CP가 무엇이기에 이처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기업은 필요한 돈을 빌리기 위해 은행을 많이 이용하지만 직접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빌리기도 한다. 채권 종류 가운데 하나인 CP는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발행하는 어음 형식의 단기 채권이다.

채권은 돈을 빌려 쓸 때 발행해주는 일종의 차용증서로 얼마 동안 돈을 빌려 쓰고 얼마의 이자를 지급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국가가 발행하면 국채, 회사가 발행하면 회사채라고 한다.

CP는 회사채와 마찬가지로 채권이라는 점은 같지만 규제에서 차이점이 많다. CP는 통상 단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만기 1년 이내로 발행한다. 자본시장통합법의 적용을 받는 증권이나 채권과 달리 어음법의 구속을 받기 때문에 발행 절차가 간소하다. 이사회 결의 없이 기업 대표의 직권으로 발행이 가능하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필요도 없다.

때문에 회사채를 발행하기 힘든, 신용도가 낮은 회사들이 CP를 선호한다. 특히 CP는 어음법과 자본시장법, 상법 등의 적용을 받고 있지만 발행한도나 발행자격에 제한이 없어 수요만 있으면 무한정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CP 발행 기업은 대부분 만기가 돌아오면 같은 금액을 다시 발행해 상환하는데, 발행한도에 제한이 없다 보니 차환발행(만기시 다시 채권을 발행해 상환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까지 돌려막기를 할 수 있다.

발행에 사실상 아무런 제한이 없다 보니 유동성 압박을 받는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CP로 눈을 돌리게 됐다.

언제든 쉽게 현금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은 한계 기업까지 CP를 통한 자금조달을 선호하는 현상을 낳았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자구 노력 없이도 수년간 정상적인 경영을 유지한 배경이기도 하다.

문제가 되고 있는 동양그룹 역시 유동성 위기와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CP에 의존해 왔다.

동양그룹은 지난달 26일에도 계열사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 각각 74억원, 101억원어치 CP를 발행해 만기가 돌아온 CP를 갚았다. 연말까지 적게는 하루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씩 만기가 돌아오는 CP를 갚아야 부도를 피할 수 있다.

CP는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한 일반인들도 수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동양 계열사가 발행한 4560억원 규모의 CP를 산 개인투자자들은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문제는 위기가 닥치면 만기 CP를 갚기 위한 차환 발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를 찾기 힘들어진 새 CP의 만기는 더욱 짧아지고, 이자비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류승화 NH농협증권 투자전략팀 부장은 “위기가 오래가면 초단기 CP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쌓이고, 매일 빚 갚는 데만 몰두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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