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아동성폭력’ 고통속에 피워낸 ‘희망’의 꽃 [리뷰]

입력 2013-09-2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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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원'(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소원’(감독 이준익, 제작 필름모멘텀,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을 보기 전 2008년 ‘나영이 사건’이 생각났다. 아동성범죄 소재가 가진 자극성에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영화가 끝난 후 남은 생각은 ‘소원이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이었다.

‘소원’은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9살 소원이(이레)와 가족들의 아픔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그린다. 영화는 경남 진해의 평범한 가정에 들이닥친 참상을 통해 ‘아동성범죄 피해자가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비오는 날 아침 어느 때처럼 학교에 등교하던 소원이는 술에 취한 아저씨를 만난다. “아저씨, 우산 좀 씌워줄래?”라고 말하는 아저씨에게 소원이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사고를 당한다. 일순간에 소원이의 인생은 180도 바뀐다. 공장에서 일하는 아빠 동훈(설경구)은 직장을 버리고 소원이의 치유를 위해 만화 캐릭터 ‘코코몽’ 탈을 쓰고, 소원이의 주위를 맴돈다. 임신 5개월차 엄마 미희(엄지원)는 눈물 마를 날 없는 일상 속에 세상을 저주한다.

이전의 동일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범죄자에 대한 증오, 복수, 분노 그리고 법정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경각심을 부각시켰다면 ‘소원’은 끔찍한 일을 당함에도 희망을 찾아가는 소원이 가족 본연의 모습을 담았다. 영화에서는 ‘배변 주머니’, ‘인공항문’ 등 소원이가 당한 현실을 정확하게 전달하지만 자극적 표현은 배제했다.

▲영화 '소원'(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준익 감독은 “아동성폭력은 민감한 소재이기 때문에 최대한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자극적 표현은 배제했다. 피해 자체를 강조하려고 하지 않았다. 일상이 파괴된 가족의 가장 큰 소원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점을 목표로 피해자의 내일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소원’은 더 가슴 아프다. 분노와 충격의 눈물보다 애잔한 눈물이 더 진하다. 사건 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짓는 소원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관객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든다. 동훈과 미희의 심리변화는 모든 부모의 심정을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설경구, 엄지원, 이레의 연기는 한 가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들의 연기는 깊이있지만 과하지 않게 참상을 스크린에 전한다. 여기에 김해숙, 라미란 등이 가세해 극 전개에 무게를 더한다.

‘소원’은 아동성폭력이란 자극적 소재를 담담하게 그려내지만 너무도 현실적이다. 피투성이가 되어 병원에 누워있던 소원이를 보고 세상이 무너졌던 이들 가족은 조금씩 일상을 되찾아간다. 관객들은 범죄자와 법정의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하기 이전에 희망을 찾아가는 소원이에 대한 응원을 먼저 보낼 것이다. 상영시간 122분, 10월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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