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사진>이 취임 두달 반만에 민영화 완수를 위한 내부 진용을 갖추게 됐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중단으로 공백사태를 빚었던 8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29일 전격적으로 확정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회장이 회장으로 내정된 날부터 100일 가까이 인사가 늦어진 탓에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 회장은 우선 조직의 결속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경영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14개 계열사중 8개 CEO 자리가 새롭게 바뀐 만큼 기강 확립과 경영혁신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새로이 조직 정비된 만큼 이 회장 주재 아래 경영협의회나 워크샵 형태의 경영전략 회의가 조만간 준비 될 것”이라며 “경영공백이 두달만에 해소된 만큼 그 동안 해이해졌던 기강을 다잡고 계열사 정상화를 강구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이 같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사를 놓고 말들이 적지 않다. 인사 검증 절차가 지연되며 온갖 억측이 나돌았던 터라 이 회장을 중심으로 ‘호재’와 ‘악재’로 나뉘고 있다.
1순위 후보가 탈락하고 2순위 후보가 내정되는 막판 역전현상이 벌어졌다. 당초 이 회장이 추천했던 인사들이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 대거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들은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고교 동기동창이고 지난 정권과 관련된 인사라는 점 등이 탈락 원인이 됐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탈락으로 이 회장의 측근 인사가 내정된 것이다.
반면 이번 인사에서 청와대가 분명한 인사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의지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따라서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입맛에 따라 계열사 경영진이 구성된 만큼 내부통제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이 회장 취임 이후 우리금융 계열사 CEO들이 대거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두 달이 넘도록 후속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업무공백이 초래된 것 분명한 사실”이라며“이번 인사를 보더라도 정부의 입김이 강한 만큼, 이 회장의 사내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