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유쾌통쾌]오죽했으면 원가공개까지

입력 2013-08-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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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초기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내뱉은 유명한 말이다. ‘대통령도 검찰에 청탁하지 않았느냐’면서 한 검사가 대통령에게 따지자 노 대통령이 곧바로 응수했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우유가격을 놓고 벌어지는 최근의 상황도 ‘막가는’ 수준으로밖에 이해가 안된다. 정부가 중재해서 유가를 시장에 맡긴다는 원칙(원유가격 연동제)을 정해놓고 뒤로는 슬그머니 대형마트를 통해 가격을 통제해버렸다.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소비자단체들도 유업체 관계자들을 불러놓고 우유가격을 예정대로 올릴 경우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협박을 했다. 정부가 주요 소비자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해 우유업체 원가 분석 등 시장 감시에 나선 만큼 소기의 성과라도 올리겠다는 기세다.

업체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축산농가에는 인상분만큼 원유가격을 지급하면서도 소매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하루에 1억~2억원씩 가만히 앉아서 손실을 떠안고 있다.

우유업체뿐만 아니라 발효유나 가공유(바나나우유 등)를 만드는 기업들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해 1000억원 이상 팔리는 바나나우유의 빙그레는 매일 5000만원의 손실을 입고 있다. 발효유 1위 업체 한국야쿠르트도 하루에 2000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

2008년 이후 인건비와 물류비, 부자재 가격 등이 많이 올랐다는 이들의 말은 씨도 먹히지 않는다. 손실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유업체들은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우유가격 인상의 총대를 멨던 매일유업은 원가를 공개해서라도 당초 인상분을 반영하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는 듯하다.

이 회사 이창근 대표는 한 언론과 만나 “유통업체의 소매가격 인상 거부로 피해가 막심하다”며 "내부적으로 우유가격 원가와 유통구조 공개를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낙농가와 제조업체, 유통업체 그리고 소비자 가격 등 4가지를 분석한 업체의 마진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강수를 둔 것이다. 제조업체가 이례적으로 원가공개 카드까지 꺼낸 건 수익성 악화로 회사 사정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으로 들린다.

결국 8월 초부터 진행된 우유가격 인상 갈등에서 정부는 손 안대고 코를 풀었다. 제조업체들에게 직접 압박을 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손을 봐둔 대형마트를 동원했고, 이들은 알아서 가격인상을 막았다. 절대 ‘갑(甲)’인 유통업체들에게 우유업체들이 반기를 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얼마 전 기자와 만나 이런 현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원재료(원유) 가격에 완제품(우유) 가격을 연동하는 것이 원유가격 연동제인데 소매가격을 동결시키 면 이런 정책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이창근 대표가 오죽했으면 기업 비밀인 원가까지 공개하겠다며 어려움을 호소했겠냐”고 덧붙였다.

가격 인상을 둘러싼 주체들은 머리를 맞대고 가계에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의 타협이 필요하다. 특히 우윳값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정부가 직접 결자해지(結者解之)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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