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기적 새로 쓰자] 입은 ‘민생’ 몸은 ‘정쟁’… 급한 경제법안 국회만 가면 ‘스톱’

입력 2013-08-0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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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촉법 불발 2조 프로젝트 좌초 위기… 부동산대책 후속 입법, 일자리 창출 법안도 줄줄이 제동

정치권이 또다시 갈 길 바쁜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겉으로는 ‘민생’을 외치지만 정쟁이 우선인 여야는 정작 ‘경제살리기’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주요 상임위원회 일정은 파행을 거듭했다. 여야 모두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NLL(서해 북방한계선) 공방에 열을 올리느라 민생법안 심사는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어렵게 논의가 시작된 법안도 각 당의 당리당략에 밀렸다.

그 여파는 컸다. 국회의 무관심 속에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할 경제 대책들은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정부의 1단계 투자활성화 대책을 뒷받침할 만한 ‘외국인투자촉진법’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당장 2조3000억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는 좌초 위기에 놓였다.

부동산 시장도 울상이다. 4·1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사라지고 있는 데도 후속 입법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입법 과제 역시 이번 임시 국회에서 외면당했다.

아무리 정부가 경제활성화 대책을 쏟아내더라도 입법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책 병목현상이 생기고 국민의 경기회복 체감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뜻을 모아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돌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국인투자촉진법 처리 불발… 2조원 외자 유치 좌초 위기 = 정부는 지난 5월 1단계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을 통해 GS칼텍스,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이 외국계 법인들과 첨단 신소재인 파라자일렌(PX)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합작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이 대표발의한 외촉법 개정안은 여당에서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선 처리 법안으로 추진해왔다. 이 법안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선진 기술 도입 등을 위해 외국 회사와 공동 출자해 자회사(증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 증손회사에 대해 손자회사가 가져야 하는 최소지분율을 현행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이 법안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심의가 보류돼 6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부 대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야당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당초 지주회사가 합작법인으로 증손회사 설립 시 지분을 최소 50%만 보유하도록 하는 ‘지주회사 규제 완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18대 국회에서도 논의됐지만 소유구조를 투명하게 하자는 지주회사 체제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반대에 부딪혀 처리가 무산됐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산자위가 담당하는 외투법에 예외규정을 두는 식으로 기업의 투자 애로를 덜어주고자 했지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 행위 규제를 두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논의하는 것이 더 맞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9월 정기국회에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촉법 처리가 늦어지면서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 일자리 창출 법안도 줄줄이 제동= 정부가 지난 4월 1일 취득세·양도세 한시 감면 등을 골자로 한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행 3개월 만에 정부 정책의 약발이 떨어진 근본 원인은 경기침체로 인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는 데 있다. 아울러 주택시장 정상화 조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입법 과제의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6월 국회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안은 4·1 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로 논의될 예정이지만 철도경쟁 체제 개편에 대한 여야 의견 차이로 해당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사실상 폐지)’의 근거법인 주택법개정안은 결국 건설업체의 배만 불린다며 야당이 반대해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에도 상정되지 못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역시 부자를 위한 감세 정책이라는 야당의 논리에 막혀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 계류 중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나 분양가상한제는 부동산 투기가 절정이던 시절 만들어진 부동산 시장의 ‘손톱 밑 가시’다. 이러한 대못들을 없애는 관련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비로소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자리 창출 관련 법안 처리도 국회에서 줄줄이 제동이 걸렸다. 핵심 노동 법안을 다루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여야 간 입장차로 6월 국회 내내 파행을 거듭하면서 계류 중인 305개 노동 현안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탓이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통상임금 문제는 전국 사업장 실태조사 후 노사정 합의를 주장하는 새누리당과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법제화하려는 민주당의 의견이 팽팽이 맞서면서 처리가 불발됐다.

스펙 초월 채용시스템 도입을 위한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 상여금 등 사내 하도급 근로자 차별금지를 담은 ‘근로자보호법 개정안’을 비롯, 근로시간 단축과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위한 법안들도 처리 순서와 방법 등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경귀 한국정책연구원 원장은 “지금처럼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국회의 입법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의 정책 약효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앞으로 정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하루빨리 국회가 민생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뜻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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