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새책 같은 헌책… 손때 안탄 중고책 삽니다

입력 2013-07-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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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28만권 거래 시장규모 450억, 절판·희귀본도 구할 수 있어 장점

#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직장인 김성수(32)씨는 최근 오랜만에 책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를 찾았다. 김씨는 지난해 열풍이 일었던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늦었지만 읽기로 했다. 검색을 하니 맨 밑에 “이 상품의 중고 상품 12건”이란 문구를 보게 됐다. 거기서 본 가격을 확인한 후 잠시 고민하게 됐다. 정가 1만4000원의 43% 할인된 8000원에 나왔기 때문이다. 성수씨는 애초에 중고 상품을 살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책은 한 번 읽으면 그만인데’라는 생각이 신상품의 구매를 주저하게 했다. 게다가 낡음 정도를 나타내는 칸에는 ‘새것과 같음(변색/접힘/얼룩없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현재 인터파크도서에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검색하면 중고 책이 14건이나 나온다. 이는 중고 책 거래 시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사실 중고 책의 인터넷 거래가 본격화된 것은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지난 2008년 2월부터 한 서비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듬해인 2009년 2월 교보문고와 인터파크가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0년 5월 예스24가 참여해 시장의 수요가 증명됐다.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김현정씨는 “중고 책 서비스는 전적으로 고객의 수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절판본이나 희귀본 등 교보문고가 다룰 수 없는 책도 종종 거래가 된다”고 말했다. 서점이 서비스할 수 없었던 부분을 보강하는 차원의 의미도 있다는 해석이다.

중고 책 시장이 형성된 후 꾸준한 증가세를 감지한 한국출판인회의는 지난해 12월 ‘중고 도서 이용실태와 유통시장 현황조사 보고서’를 통해 2012년 시장 규모를 약 450억원으로 추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 책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알라딘은 지난 한해 평균 28만권의 책을 거래했다. 한 권당 평균 거래액을 6046원으로 계산하면 총 거래액이 203억원이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 카페 중고나라에서도 하루에 수백 개의 도서판매 게시글이 올라온다. 시장의 수요가 중고 책에 쏠리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일각에서는 중고 책 시장이 완전도서정가제의 확립을 교란한다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무시할 수 없는 시장으로 성장한 중고 도서 시장이 출판사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중고 책이 진짜 중고 책이 아니다”라며 “총판의 할인 전략 도구로 악용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새 책을 중고 책으로 둔갑시켜 도서정가제의 할인율 제한을 피해간다는 설명이다. 일부 도서의 경우 출간과 동시에 중고 상품이 거래되는 것은 출판사들의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완전도서정가제는 △신·구간 차별의 철폐 △예외분야 폐지(현재 초등 참고서는 도서정가제 미적용) △정품과 중고 도서의 엄격한 관리 운영 등 3가지 원칙을 가진다. 중고 도서의 거래 증가가 세 번째 원칙을 흐린다는 것이 출판사들의 생각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일부 도매상이 사재기에 이용한 책을 처리하는 통로로 쓰는 경우가 있다”면서 “할인율 제한이 없는 중고 시장의 악용을 줄여야만 건전한 성장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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