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왜 4대 중증질환에 집착하나- 박엘리 사회생활부 기자

입력 2013-06-27 11:19 수정 2013-06-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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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인의 가족이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숨이 넘어가는 환자 앞에서 의사는 보호자에게 퇴원까지 열흘 걸리고 피를 많이 흘릴 수 있는 건강보험이 되는 수술과, 사흘이면 퇴원하고 피도 많이 흘리지 않는 관상동맥스텐트 삽입술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 다그쳤다. 관상동맥스텐트 삽입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400만원가량의 비용을 환자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 분야 핵심 공약인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질환) 진료비 100% 국가 부담’ 정책이 베일을 벗었다.

4대 중증질환에 대해 필수의료서비스를 급여화하고 필수치료가 아니더라도 치료의 효율•편의에 도움이 되는 의료서비스도 선별적으로 건보 항목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똑같은 관상동맥스텐트 삽입술을 받아도 2016년 이후에는 법정본인부담금 2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건강보험 도입 이후 지금까지 30년 넘게 방치돼 있던 비급여 진료비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참여정부나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치적인 부담 때문에 건드리지 못했던 비급여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왜 ‘4대 중증질환’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미 4대 중증질환자는 다른 질환자(보장률 63%)에 비해 보장률 75% 정도의 혜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4대 중증질환에 한해 초음파부터 급여화하겠다고 하지만 초음파는 요즘 청진기와 마찬가지일 정도로 보편화 돼있다.

같은 초음파 진료를 받아도 만성신장질환이나 뇌경색증 환자들은 고가의 진료비 부담이 있지만 4대 중증질환에 들어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다.

4대 중증질환이 대부분 민간 보험사 상품이라서 건강보험의 급여가 확대되면 민간보험사 보험금 지출이 줄어들어 가만히 앉아서 이익을 보게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산은 부족하고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어 4대 중증질환부터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차선책으로 일리는 있다. 하지만 4대 중증질환만 일시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곤란하다.

한번 거시적인 체계를 잘 잡아놓으면 향후 재원을 확충해 점진적으로 나머지 질환으로도 급여를 확대할 수 있다.

설익은 계획이라도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 합의도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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