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그 동안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장마를 앞두고 줄곧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 허용을 요구해왔다. 장마에 따른 기계·설비 부식, 원부자재 피해 등을 우려한 탓이다. 그러나 설비점검을 할 겨를 없이 장마가 시작되자 기업인들은 피해규모가 늘어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부품 제조업체 A대표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고 온도·습도 관리를 안 해줬기 때문에 일부 기계는 이미 녹이 슬었을 것”이라며 “특히 습기에 민감한 전자 검사장비 등 정밀기계의 경우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계가 녹슬면 닦으면 되지만, 전자기기화되어 있는 프로그램 피해가 가장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제조업 관계자는 “기계 부식 문제는 이미 발생하고 있고 부식보다는 침수 후 재가동을 해야 하는데 피해가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장마 후에 기계를 재가동한다면 이전보다 가동 준비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의류·섬유업체의 장마 피해도 예상된다. 섬유업체 B대표는 “섬유·봉제업은 원부자재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며 “옷감 등이 장마 때문에 눅눅해지고 곰팡이가 생겨 원부자재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또 “섬유 기계가 장마 피해를 보면 보유 기계 중 절반은 손을 봐야 할 상황”이라며 “수리비만 10억원 가까이 소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장기간 전기관리가 되지 않아 안전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배수시설이 작동되지 않고 있어 누전 등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기업 관계자는 “유입된 물을 펌프로 배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공장 지하가 침수될 수도 있다”면서 “특히 전기배관을 지하에 설치해 놓은 곳이 많아 누전이 발생하면 개성공단 점검이나 재가동 때 안전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