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을 살핀다]갑갑(甲甲)하지 않는 사회…“갈 길 멀지만 다시 윤리경영이다”

입력 2013-05-2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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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맞은 ‘윤경SM포럼’, 2003년 발족… 우수기업 선정 ‘지속경영’ 모범사례 공유

무자비한 ‘갑’의 횡포가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나이 어린 본사 영업사원이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주한테 욕설을 퍼붓자 온 사회가 들끓었다. 자발적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이를 계기로 정부에서도 ‘을’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기업들의 윤리경영에 대한 의지 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CEO부터 말단 사원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본지는 기업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윤경SM포럼 역사와 함께 살펴보고 윤리경영을 이전부터 실천하고 있는 기업들을 소개한다.

▲지난해 12월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윤경SM포럼. 윤경SM포럼의 윤경은 ‘윤리경영이 경쟁력의 원천이다’의 줄임말로 윤경SM포럼은 우리 사회의 윤리경영 문화를 확산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윤경SM포럼이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윤경SM포럼은 우리 사회의 윤리적 기업 문화 확산과 윤리경영 실천을 위해 2003년 국내 기업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다자간 포럼이다. 그동안 윤경SM포럼은 범사회적 윤리 환경 조성의 기틀을 마련해 성과를 거뒀지만 갈 길이 멀다. 최근 국내 기업에서 협력업체와의 비윤리적 거래 관행 횡포가 이슈화되면서부터다.

현재 협력업체와의 비윤리적 거래 관행을 가진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지탄과 외면을 받고 있다. 최근의 사건들을 볼 때 기업은 단기적 이윤을 위해 협력업체와의 비윤리적 거래 관행을 눈감아 왔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회적·윤리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윤경SM포럼 측의 설명이다.

윤경SM포럼은 우리 사회를 유리병 사회로 보고 기업이 이해관계자들과의 윤리적 관계를 통한 신뢰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기업이 오랫동안 쌓아온 명성은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경SM포럼 관계자는 “모든 기업의 목표인 장수 기업은 윤리와 도덕성을 바탕으로 한 경영만이 이룩할 수 있다”며 “이미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싸고 좋은 제품을 사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윤경SM포럼의 탄생은 IMF 위기 이후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출발했다. 당시 윤리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선입견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윤리적이고도 충분히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기업 사례를 개발해 공정하고 사업 하기 좋은 환경을 기업 스스로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남승우 풀무원 총괄 사장은 “윤경SM포럼은 2002년 한국이 윤리경영의 불모지일 때 ‘윤리가 경쟁력’임을 믿는 기업인, 시민단체 대표, 학계가 모여 발족한 순수한 민간 주도의 윤리경영 확산 운동”이라고 평했다.

앞서 윤경SM포럼은 2004년 3월 발족 1주년을 기념해 제1회 CEO 서약식을 실시하면서 윤리경영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2005년과 2006년에는 윤리경영 확산을 위한 사회 전반적 공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기업, 정부, 학계 등의 동참을 유도해 범사회적 윤리환경 조성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 2008년에는 사회 전반의 윤리경영 강조를 통해 깨끗한 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공통된 취지로 법 질서 국제 콘퍼런스와 연계해 진행했다. 같은 해 3월부터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나아가 기업과 사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속경영 개념을 반영해 ‘윤경SM포럼’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지난해에는 각계각층의 인사에게 공유가치창출(CSV)에 대한 전략적 제언을 구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까지 동참한 최고경영자(CEO)만 500여명에 달한다.

윤경SM포럼은 매년 4회의 CEO 정례모임을 통해 경영진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8회의 정기모임을 통해서는 윤리경영 실무진에게 윤리·지속경영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공유한다. 더불어 기업문화 체험, 워크숍, 지식나눔을 진행하고 있다.

윤경SM포럼은 투명하고 깨끗한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을 전제로 베스트 프랙티스 기업을 선정한다. 다음으로는 CEO의 확고한 윤리경영에 대한 의지, 윤리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기업, 대내외 평가, 수상 이력 등을 고려해 윤경SM포럼 프로그램 분과위원회(윤경SM포럼에서 운영하는 6개 분과위원회 중 프로그램을 논의하는 분과)의 최종 논의를 거쳐 선정한다.

그동안 윤경SM포럼이 뽑은 우수기업은 △유한킴벌리 △풀무원홀딩스 △KT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KB국민은행 △교보생명 △인텔코리아 △지멘스코리아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이다.

올해 윤경SM포럼은 6번의 정기모임, 4번의 워크숍, 1번의 기업 방문이 예정돼 있다. 윤경CEO클럽은 3번의 정례모임이 예정됐다. 이달에는 윤경SM포럼의 정기모임과 윤경SM포럼 워크숍을 열 예정이다.

조동성 서울대학교 교수는 “윤리경영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게 윤경SM포럼의 궁극적 목표”라며 “지금은 윤리경영을 내세우는 게 하나의 사회적 이슈가 되었지만 정상적 사회에서 윤리는 기본이지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더는 윤리경영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없어지도록 윤경SM포럼이, 윤경CEO 서약식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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