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겨울 끄트머리에서의 작별- 김영신 기상청 지진관리관

입력 2013-04-1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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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지루한 겨울이 걷히고 오랜만에 소풍가기 좋았던 3월의 어느날.

그는 금방 돌아올 것처럼 잠시 다녀온다던 그곳에서, 길을 잃었는지 훌쩍 하늘로 떠나버렸다.

돌이켜보면, 그를 처음 만났던 2008년은 내게 힐링이 필요하던 때였다. 지진 관련 핵심 업무를 담당하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자료관리서비스팀장으로 보직을 옮기게 된 것이다. 의욕과 흥미와는 달리 익숙하지 않은 일의 연속에 당황하던 차, 그곳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미국에서 고(古)기후를 연구한 지질학 박사였다. 그를 지도했던 미국 교수에게 고기후 박사를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가까이에 신임철 박사가 있는데 왜 어려운 걸음을 여기까지 했느냐’는 일화가 있을 만큼 인정받는 학자였다.

그곳에서 그와 함께한 시간들은 단 10개월에 불과했지만, 우리는 그 시간들을 매우 의미 있게 보냈다. 국가기후자료센터의 기반을 마련하고 행정체계의 ISO 인증에 관한 것 등, 총론에서만 머물렀던 기상정보의 자원화에 대한 작업들을 수면 위로 떠올려 구체화·현실화시켰다.

또한 당시는 ‘국제관계에서 기후변화협약이 정책적 효과가 있을까’를 문제의식으로, 기후변화협약에서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토론이 활발한 때였다. 나는 그와 함께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방안에 관한 정책 제언』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여, 우리나라가 감축시켜야 할 온실가스의 총량을 확정하고 산업부문별 감축량의 할당을 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정책을 제공하였고, 이 공로는 KDI로부터 사례를 받기도 하였다.

그를 만난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 우리의 이런 관계는 자료관리서비스팀을 떠난 지 4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계속됐다. 필자가 기상청에서 지진과 기상 업무의 접점을 찾는 것에 대해 고민하자, 2012년 12월 『지진포커스』에 「화산활동과 기후변화」란 주제의 특별 기고를 통해 기상과 지진의 융합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하였다.

하늘로 떠나기 한 달 전, 그에게 평소와 다름없는 안부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걱정스런 안부를 전해왔다.

“제가 지난주에 병원에 입원하고 21일에 퇴원했습니다. 몸에 통증이 있어서 입원했는데, 다음주에는 병가를 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병문안 때 그와 잠시 눈을 마주치며 웃음을 나눴지만 차마 마지막이란 생각이 들 수는 없었다.

그는 그러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멘토이자 멘티였지만, 그가 내게 주고 싶어 했던 것이 더 많았고,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마치 나를 위하여 기후와 지질학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진정한 선비이자, 나의 멘토였던 故 신임철 연구관님. 하늘에선 부디 더는 아프지 마세요. 그동안 참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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