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완벽’ 빙의… 국·실장도 찔끔

입력 2013-04-0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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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결 기재부 사무관, 업무보고 리허설서

“FIU(금융정보분석원) 정보가 유용하게 쓰이긴 하지만 사생활 침해 우려도 있을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한 대응책은 마련돼 있나요?”(박은결 기획재정부 사무관)

“금융위원장입니다. 그건….”(신제윤 금융위원장)

▲박은결 기재부 대외경제국 국제개발정책팀 사무관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두고 서울 예금보험공사 회의실에서 진행한 최종 리허설에서 한 여성 사무관의 돌직구 질문에 두 부처의 장·차관과 실·국장이 꼼짝 못하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인공은 기재부 대외경제국 국제개발정책팀 박은결(31·행시 52기) 사무관이다. 박 사무관은 이날 실제업무보고와 동일하게 진행된 리허설에서 박근혜 대통령 역할을 맡았다.

미리 준비된 것은 아니었다. 박 사무관도 얼떨결에 ‘대통령 연기’를 하게 됐다. 업무보고에서 대통령 대역까지 둔 것도 처음 있는 시도였다. 지난주 금요일 재정부 대외경제국의 업무토론 연습 당시 이를 지켜보던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이 “거기 뒤에 있는 여자 사무관이 VIP(공무원들이 대통령을 지칭하는 말)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구색을 갖추기 위해 대통령 역할을 정한 정도였는데 박 사무관의 대통령 역할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부서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어딘지 모르지만 묘하게 대통령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고 한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업무보고 연습에도 활기가 생겼다. 크게 흡족한 추 차관은 금융위와 합동으로 진행하는 최종 리허설에 박 사무관을 호출했다.

기본적으로 관료사회는 수직적인 곳이다. 아무리 간이 큰 사무관도 장·차관 앞에 서면 얼어붙게 마련이다. 이날 최종 리허설은 참석자부터 자리 배치까지 실제 업무보고와 동일하게 진행했다. 박 사무관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기재부 1·2 차관, 금융위 부위원장, 두 부처의 실·국장 등 ‘높으신 분들’과 마주앉았다.

사무관으로서는 그 자체로 긴장되는 상황에서 쩔쩔 맨 것은 ‘높으신 분들’ 쪽이었다. 미리 준비된 ‘대통령 말씀 자료’도 있었지만 그대로 읽지 않았다. 오히려 대담하게 “캠코(자산관리공사)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으로 일자리까지 지원받은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는 등 중간중간 예정에 없던 돌발질문을 던져 보고자를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의상도 대통령과 비슷한 모직 코트였다.

결과적으로 박 사무관은 업무보고에 긴장감과 활력을 톡톡히 불어넣었다. 기재부 한 국장은 “다른 부서 업무보고를 듣다 보면 졸리기도 한데 이날은 잠이 오질 않았다”고 말했다. 상황을 모르고 옆에서 졸던 다른 국장이 정말 대통령이 온 줄 알고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이날 업무보고는 기재부 내에서 크게 화제가 되면서 최근 박 사무관을 알아보는 이도 늘었다.

박 사무관의 활약에 현 부총리와 추 차관 등도 크게 흡족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사무관은 “열심히 준비한 업무보고가 성공할 수 있도록 리허설에도 최선을 다했는데, 반응이 좋아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실제 업무보고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가다. 기분이 좋아진 추 차관은 ‘준비팀 모두에게 조만간 소주 한잔 사겠다’는 문자를 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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