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박사 1호 박천응 목사 “관(官)주도 다문화주의 경계해야”

입력 2013-03-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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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국경없는 마을 만들어… "문화적 가치로 접근해야"

▲박천응 목사(51)

“외국인 노동자나 이주여성을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만 보니 문제가 됩니다. 다문화가족을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지닌 문화적 경쟁력으로 바라보면 판이 달라집니다.”

안산의 ‘국경 없는 마을’에서 20년째 안산이주민센터를 이끌고 있는 박천응 목사(51)가 한국 사회의 다문화주의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이 아닌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콘셉트를 바꾸면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새로운 무형의 자산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다른 개념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박천응 목사는 ‘혼종적 담론 비판 분석으로 본 한국의 다문화 담론 비판’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최근 박사 학위를 받은 다문화 1호 박사로 다문화 운동의 1세대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정부의 다문화 지원 정책이 포장만 요란했지 내용을 들여다보면 차별·배제적인 것들이 많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싱가포르가 1980년대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다문화주의를 수용하면서 차별·배제형 다문화 주의가 나타났으며, 그러다 보니 다문화가족에 대해 인격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 주도의 다문화 정책들 역시 시장경제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이 문제이며 혈통 중심적, 가부장적, 국적 중심적이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초 경기도 안산에서 이주노동자 인권운동에 처음 뛰어든 그는 1997년 지금의 ‘국경없는 마을’을 처음 구상했으며 그곳에서 경제공동체 운동, 교육공동체 운동 등을 벌이며 어떻게 하면 이주민들과 내국인들이 함께 어울려 잘살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 결과 처음에는 갈등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한국 사람이 이주노동자들의 이름을 불러주기 시작하면서 인격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도 주민이라는 뜻에서 ‘이주민’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내기도 했다.

박 목사는 현장에서 느끼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이론이나 정책이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1일 도입된 ‘성실외국인근로자제도’는 박 목사에 따르면 성실이란 말로 굉장히 좋게 포장돼 있지만 4년 10개월 동안 일하면서 사업장 이동을 하면 비자 연장을 않겠다는 내용이다.

그는 “이것은 회사를 옮기지 못하도록 묶어 놓는 족쇄로 근로자의 권리 차원이나 시장경제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정환경 조사서에서 다문화 가정인지 아닌지 체크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다문화 교육을 소수자들을 위한 교육에서 다수자를 상대로 한 교육으로 포커스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은 이미 두세 개 문화를 알고 있지만 우린 한 개 문화밖에 모른다고 그는 역설했다.

박 목사는 “다문화와 관련해서 많은 정책이 있지만 부서 이동에 의해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 편의주의적인 효율성 중심 정책으로 바뀐다”면서 “이것은 컨트롤타워가 생긴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상하관계가 아닌 지역사회 중심으로 법과 제도를 새롭게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본래 취지에 맞는 정책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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