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의 세태공감] 흥행은 제작비 순이 아니잖아요

입력 2013-02-2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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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캐스팅도, 제작비 수백억원대의 블록버스터도, 수직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 제작사 작품도 아닌 영화 ‘7번방의 선물’이 1000만 관객 동원의 쾌거를 이뤘다. 앞서 말한 세 가지 취약점을 딛고 이뤄낸 성적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7번방의 선물’의 이 같은 흥행은 영화 관계자들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A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인데 놀라고 있다”며 ‘7번방의 선물’의 질주를 부러워했다. 업계 관계자들조차도 기대하지 않았다는 작품이라는 말은 곧 앞서 언급한 3가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7번방의 선물’은 의례히 톱스타가 라인업 됐다거나, 억 소리 나는 제작비가 들었다거나, 그 조차도 아니면 대형 배급사의 후광을 입어야만 떠들썩하게 흥행을 기대하는 우리 영화업계의 편협한 고정관념과 관행에 허를 찌른 작품이다.

총 제작비 35억원의 순박한(?) 이 영화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해 323억원의 이익을 냈다. 부대비용과 투자사(자) 수익배분을 제외하더라도 제작사에 약 190억원의 순수익을 남겨준 효자 작품이다. 또한 역대 1000만 관객 동원 영화 중 최저 제작비 기록을 갖고 있는 ‘왕의 남자’(46억원)를 압도적으로 누르며 새로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는 곧 흥행이 제작비 순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330억원의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이고도 213만명 관객 동원에 그친 ‘마이웨이’, 116억원을 들여 224만명 성적을 내고 울상 지은 ‘7광구’ 등에 비교하면 제작비 규모가 흥행과 직결된다는 공식은 쉽게 깨진다.

한국 영화가 해외 영화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국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소재의 다양성과 한국인 특유의 감성과 정서에 부합한 스토리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대한 자본논리와 환경과도 관계 없는 일이다. 더 이상 할리우드의 뒤꽁무니를 쫓지 않는, 그야말로 정체성 있는 창작을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셈이다.

최근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각종 영화상을 휩쓸고 있는 영화 ‘레미제라블’이 그렇듯 ‘7번방의 선물’은 따뜻한 인간의 정서를 섬세하게 그리면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그것이 6세 지능의 아빠와 딸이라는, 어디서 봤음직한 이야기를 가지고도 1000만명 관객의 정서를 파고 든 이유다. 블록버스터급 제작비가 아닌 블록버스터급 감동을 선사함으로써 입에서 입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을 발휘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또한 가족애를 담은 영화다. 한국인 특유의 사람 냄새 나는 정서가 국가를 막론하고 현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제 한국 영화는 세계 어느 나라 영화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제작비의 단순한 물량공세가 아닌 독창성있는 스토리와 완성도라는 내실로 흥행을 잡을수 있다는 것을 ‘7번방의 선물’이 보여줬다. 우리 영화계가 ‘7번방의 선물’을 새 시각으로 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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