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대통령과 훈장 - 이동훈 법무법인(유) 에이펙스 상임고문

입력 2013-02-2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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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법무법인(유)에이펙스 상임고문
정부는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무궁화대훈장 수여를 의결했다. 이를 두고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의 공적을 치하해 훈장을 수여한다는 게 상식에 맞지 않다는 소위 ‘셀프훈장’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훈장이란 국가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수여하는 것이고 훈장을 수여하는 사람은 대통령이니, 대통령에 대한 훈장수여는 후임 대통령이 수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무궁화대훈장은 우리나라 최고의 훈장으로 대통령만 받을 수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과 동시에 이 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당시 “5년간 대통령으로 봉사한 뒤 후임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는 전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수여를 거부했다.

그런 노 전 대통령은 정작 자신에게 임기 말에 훈장을 수여하는 셀프훈장의 선례를 남겼고 이 대통령도 이런 전례가 있으니 자신도 퇴임 전에 훈장을 챙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지난 19일 오전 이 대통령이 주재한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즉석 안건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청와대 대변인은 박 당선인은 이명박 대통령처럼 셀프훈장을 피해 전 정권에서 의결된 훈장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그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동안 꺾여온 관행을 바로잡는 인수 문화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자신에 대한 셀프훈장이 전임 대통령의 잘못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얘기라면 이는 훈장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 잘못 알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훈장이란 공적을 세운 후에 받는 것이다. 대통령에 취임했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훈장수여를 자신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그것도 즉석안건으로 처리한 의도가 자신에 대한 셀프훈장 비난을 무마시키고 그 책임을 노 전 대통령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라면 이는 눈감고 아웅하는 짓이다.

아직 ‘뚜렷한 공적’이 없는 박 당선인에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이유 만으로 훈장부터 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무궁화대훈장은 대통령으로서 재임기간 중에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을 잘 했다고 수여해야 마땅한 것이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만 하였을 뿐 앞으로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할 것인지 못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미리 훈장부터 수여한다는 것이니 이를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대통령이 재임 중 일을 잘하면 뒤에 훈장을 받을 것이지만 재임 중 일을 잘못하면 탄핵을 받아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 훈장은 결과에 대한 보상이지 요직을 맡았으니 앞으로 일을 잘하라고 미리 주는 것이 아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 때까지는 취임과 동시에 훈장을 수여받아 계속해서 대통령에 대한 훈장수여의 시기가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박 당선인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결정을 한 것은 이해 할 수 없다.

따라서 박근혜 당선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러했듯이 이번 정권이 미리 주겠다는 훈장수여는 거절하고 앞으로 5년 후 후임 대통령이 주는 훈장을 받는 것이 옳다.

임기 말 최측근과 친인척에 대한 특별사면은 헌법이 부여한 사면권의 남용이라는 국민적 비판과 박 당선인의 지적을 철저히 외면한 채 기어이 셀프사면을 감행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셀프훈장에다 또 다시 박 당선인이 바라지도 않았을 사전훈장 결정이라니 퇴임을 앞두고 갑자기 판단력이 실종된 것인가?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공직을 그만두고 돌아갈 때에는 그 행장이 빈수레에 맑은 바람을 싣고 가듯 간단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 행장 속에 새로 만든 그릇이나 부임했던 곳의 토산품 같은 것이 들어있지 않다면 청렴한 선비의 귀장(淸士歸裝)이라고 했다.

일국의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는 자의 짐 꾸러미 속에 스스로 챙긴 금 190돈과 값비싼 보석으로 만든 훈장이 들어 있다면 다산이 뭐라 말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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