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BOJ)의 양적완화 정책 발표 이후 엔화 약세 기조가 주춤하고 있다. 일본의 양적완화 조치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선반영된데다 무기한 양적완화 시행 시점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엔화의 추세적 하락이 다소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일본의 엔화 약세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조정 후 엔화 약세가 다시 가속화 되며 한국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최근 1월 금융정책회의에서 물가상승 목표치를 기존 1%에서 2%로 상향하고 2014년부터 무제한 자산매입을 실행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매월 장기국채 2조엔과 단기채권 10조엔 등 13조엔(154조원) 규모의 자산을 금융기관 등으로 부터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양적완화를 즉시 시행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치에는 못미치는 수준으로 이에 따라 엔·달러 환율은 오히려 양적완화 정책 발표 이후 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 중앙은행이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 이상의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하지는 않았다”며 “따라서 최근 약세를 보이던 엔화는 강세로 전환됐고 단기적으로는 엔화 약세를 가져올 재료가 대부분 노출돼서 향후 엔화 약세 기조는 제한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엔·달러 환율은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발표 전 90엔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반락해 88엔까지 떨어졌다.
엔화 약세 기조가 다소 주춤하자 엔저 현상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주가 일제히 반등했다. 23일 현대차는 2거래일 연속 오르며 21만8000원, 현대모비스는 3거래일 연속 오르며 27만2000원을 기록했다. 기아차 역시 22일 이후 낙폭을 줄여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저가 숨고르기 양상에 들어간다면 수출주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전망했다.
동양증권 김지현 연구원은 “최근 엔화의 급격한 약세로 인해 국내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며 “엔화 약세 진정은 IT와 자동차 등 수출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수출주보다는 내수주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부양 의지가 강한만큼 엔화 약세 우려는 중장기적으로 부각될 이슈”라며 “환율 이슈에 노출된 대형 수출주 보다는 내수 경기 회복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유통 및 미디어, IT업종 내에서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관심을 갖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