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신율 명지대 교수 "참 미스터리한 민주통합당"

입력 2013-01-1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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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
요새 민주통합당을 보면 정말 UFO 현상을 보는 듯하다. 미스터리한 측면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이 한결 같이 친노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 미스터리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친노의 실체가 없다”고 하더니 이젠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마저 “친노 개념이 무엇인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당에 있었다면 모두가 친노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친노들도 방송에 출연해서 대놓고 이런 말들을 하고 있다.

친노들은 자기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데 왜 당 바깥에 있는 우리들 눈에는 친노가 보이는 지 모르겠다. 우리가 보는 것이 유령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보는 친노들의 이런 언급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런 말을 하려면 차라리 힐링투어인지 회초리투어인지 하는 투어를 그만 두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을 달래주기는 커녕 오히려 화를 북돋우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 회피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뭘 사과하겠다는 건 지도 미스터리다. 지지자들에 대한 사과를 일종의 형식과 재기를 위한 수순으로 여기는 건지 정말 난해하다.

민주당의 미스터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선거에서 패배하면 후보로 나섰던 이는 정계은퇴 선언을 하고 외국에 장기간 나가 있던 것이 지금까지의 상례인데 현재 민주당에선 반대의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대선에서의 패배 당사자가 아닌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이들이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와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독일로 출국했거나 독일로 출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대선 패배의 당사자인 문재인 의원은 지난 11일 사상 지역구 사무실에 출근한 데 이어 다음날에는 사상구 당원 30여 명과 백양산 산행을 했다. 물론 이런 활동은 중앙 정치 무대를 향한 행위는 아니지만 문 의원은 선거 패배 직후에도 온-오프라인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이들은 조용히 외국으로 떠나는데 정작 대선 패배자는 정치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다는 역설 역시 미스터리 중 하나다.

이 뿐만 아니다. 비대위에서 외부 인사를 영입하겠다고 하는데 이들 중 일부는 지난 대선 때 총대를 메고 선거판을 이념이 판치는 형국으로 몰아넣었던 장본인들이다. 그런데 반성하겠다며 이들을 다시 비대위의 외부 인사로 거명하는 것이 미스터리가 아니고 뭔가.

지난 당 대표 경선 과정과 당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과 문제를 불러일으켰던 모바일 투표제가 아직도 당내에서 논의 중인 것 역시 미스터리다.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폐지해야할 터인데 ‘논의 중’이라니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특히 친노 인사들은 모바일에 대한 강한 애착, 아니 집착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미스터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결론이 딱 도출된다. 민주당은 아직도 말로만 반성하고 사죄한다고 할뿐 진짜 마음은 다른 곳을 헤매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주류인 친노들은 전혀 당권을 놓을 생각이 없다는 추론 역시 가능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민주당의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하나마나라는 생각이다.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런 상황은 정말 불행한 일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4월과 10월의 재보궐선거에서도 그리 큰 희망을 걸 수 없을 뿐 아니라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도 승리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비대위에 희망을 걸 수도 없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언행을 보면 말로는 재건축 수준의 개혁을 외치지만 실제 행동을 보면 친노들의 대변인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지금의 민주당은 불행하다. 그리고 국민들도 불행하다. 야당이 건재해야 정치발전이 가능하지만 지금의 민주당은 건강하지도 않고 건강할 수도 없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과감히 자신의 틀을 벗어 던져야 한다. 시대를 자기 식으로 해석하면서 국민들을 이끌 생각만하는 친노에게 야당의 희망을 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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