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이 슬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 연구원 "네이피어와 로그"

입력 2012-11-2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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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수학책 뒤쪽을 펼쳐보면 아주 작은 글씨로 만들어진 표를 몇 개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로그표’다. 나는 그 표가 컴퓨터가 발명된 이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줄곧 믿어왔는데, 얼마 전 그 로그표가 17세기 무렵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기원은 영국의 네이피어(John Napier)라는 수학자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67년을 살았는데, 그 중 20년이 넘는 시간을 로그 연구에 보냈다. 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그의 사후 상용로그표가 완성됐으며 그 덕분에 후대 사람들은 복잡한 계산을 아주 손쉽게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의 연구를 통해 인류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20년이 넘도록 한 연구에 매진한 네이피어의 열정도 경이로웠지만 20년 동안 특별한 직업도 없이 그 연구를 대체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는 스코틀랜드 귀족출신이어서 생계를 걱정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가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이었다면 아마 인생의 3분의 1을 로그 연구에만 매진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우리는 로그의 발명을 조금 더 기다려야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생각해본다. 만약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네이피어처럼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면 현재의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지식과 깨달음을 얻어 지금보다 더 멋진 세상에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지금도 어딘가에 네이피어와 같은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들은 네이피어와는 다르게,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한 교육만을 강요받거나 혹은 생계 걱정으로 연구에만 매진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세상에 더 많은 ‘네이피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좋은 직업’ 이외에 더 많은 기회와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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