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금융감독 소프트웨어부터 개혁해라

입력 2012-11-21 13:27 수정 2012-11-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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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금융부장

올해도 어느덧 40여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연초 흑룡해의 기대도 많았지만 어느 해 못지않은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12월이 되면 언론사들은 10대 뉴스를 발표하고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 발표하면서 한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올해는 어떤 뉴스가 10대 뉴스에 선정되고, 올해를 압축해 담을 사자성어는 어떤 것이 선정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최근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omnishambles'(총체적 난맥상)을 선정했다.

omni는 '모든 곳, 모든 것'을 뜻하고, shambles는 '난장판'을 의미하는 것으로 ‘총체적으로 잘못 운용돼 실수와 계산 착오가 줄지어 나타나는 특성을 가진 상황’을 뜻한다.

omnishambles는 영국 BBC 방송의 한 정치 풍자 프로그램 작가들이 만들어낸 말로 정부의 홍보 실수와 런던올림픽 개최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위기 상황에 빗댄 것이라고 한다.

영국 언론계도 올해 타블로이드 신문사들의 불법도청 파문이 끊이지 않았고, BBC방송도 유명 프로그램 진행자의 아동 성범죄와 정치인 성추문 관련 오보 사태로 사장과 보도 책임자들이 퇴진하는 등 사건사고가 많았다.

'omnishambles'(총체적 난맥상) 단어를 보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감독기구 개편 문제가 떠올랐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저축은행 피해자, 가계부채로 고생하는 서민들의 표심을 의식한 듯 금융감독기구 개편 공약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대선주자들은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금융감독기구 개편의 필요성과 검증된 대안 제시 없이 설익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학계도 금융감독기구 개편이 필요하다며 저마다 백가쟁명(百家爭鳴)식 개편 방안을 내놓고 있다.

개편 대상인 금융위원회와 금감원도 수술대에 오르지 않으려고 연일 반박 논리를 펴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감독기구 개편은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걸까. 또 기구 개편을 한다면 어떤 방식이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시대에 실효성 있는 개편 방안일까.

그동안 금융감독기구 개편 전례를 볼때 어떤 것이 옳다고 주장하기 어려운 문제다. 국내 금융감독기구 개편은 외환위기 이후 14년간 정권이 바뀌거나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루어져 왔다.

네 차례나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했지만,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감독기구를 떼었다 붙이는 하드웨어 개편만 했지 정작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혁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감독기구 개편 명분으로 내세운 저축은행 사태와 가계부채 문제는 14년 전에도 늘 상존해 있던 금융권 문제였다.

14년 전에도 금감원 직원의 비리와 소비자보호 문제는 발생했지만, 감독기구 개편만 했을 뿐 감독기관 임직원에 대한 도덕성 확보와 소비자보호 문제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은 미미했다.

금융감독기구 개편 논의는 그동안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징벌적 개편’이 아닌 국내외 금융시장 변화에 따른 효율적 금융감독과 금융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금융감독과 금융정책 가능을 어떻게 나누고,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어떻게 분리하는냐는 그리 중요치 않다. 기능 개편을 논하기 이전에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한국은행 등 금융감독기구간 정책 공조는 잘 되고 있는지,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지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또 금융감독기구들이 시장 변화에 맞춘 사전적 감독과 정책을 위해 내부 운영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는지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성공적 금융감독기구 개편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감독과 금융정책,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의 상충된 기능이 조화롭게 이뤄질 수 있는 정책공조시스템 구축이 마련돼야 한다.

omnishambles의 의미처럼 금융감독기구 개편이 더 이상 잘못된 방향과 착오로 ‘총체적 난맥상’을 만드는 우(愚) 범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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