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신율 명지대 교수 "민주당과 안철수"

입력 2012-09-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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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드디어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정말 지루할 정도로 긴 시간의 장고 끝에 출마를 결심한 모양이다.

그런데 19일 기자회견에서 확실하게 말한 것은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나머지는 전형적인 ‘안철수 화법’으로 점철됐다. 기자들이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해 세 번, 네 번 물어봐도 도무지 아리송한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곱씹어도 앞뒤가 잘 연결되지 않는 말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안 교수가 선거를 바꾸겠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아마 독일식 정당명부제라도 도입할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것은 없고 박근혜 새누리당·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본인, 이렇게 세 후보가 만나서 네거티브 캠페인하지 말고 정책 대결하자는 선언식을 갖자는 제안을 했다.

이런 식의 제안과 세레모니는 거의 모든 선거에서 반복돼온 것이다. 지난 4·11 총선에서도 각 지역의 후보자들은 한 자리에 모여 공명선거를 다짐했고, 하다못해 구청장 선거에서도 이런 식의 세레모니는 늘 있어왔다. 그러니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지금까지의 관례를 반복하자는 정도의 제안이다.

그리고 ‘정치에 있어 아마추어지만 자신이 정치를 바꾸겠다’는 말을 했는데 이게 도대체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잘 아는 사람도 고치지 못하는 것을, 잘 모른다고 스스로 인정한 사람이 잘 고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좀처럼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안철수식 화법의 결정판은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부분이었다. 안철수 교수는 단일화의 전제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정당들의 환골탈태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환골탈태에 대한 국민적 동의와 인정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환골탈태하는 것인지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불구하고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야권후보 단일화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점이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생각이다.

우선 안 교수의 입장에선 지금의 상황이 후보 단일화를 논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안 교수의 지지율이 요사이 하락세에 있다는 주장이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를 긍정적으로 말할 경우, 기존 정치권의 대척점에 있는 안철수는 사라져버려 지지층의 일부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지지율이 더 떨어져 자신을 중심으로 한 단일화는 멀어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탈진영 탈이념을 주장했던 안 교수의 입장에선 야권후보 단일화에 응할 경우 자신의 지지층 중 보수 성향의 지지자들이 떠날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모호한 전제조건을 내세운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선 결국 지지율의 추이가 단일화를 가능하게 할 수도,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만일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적으로 치솟고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야권후보 단일화는 비교적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위기의식 때문이다. 두 번째로 상정할 수 있는 경우는 문·안 두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졌을 때이다. 즉 두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12%~15% 정도 벌어질 경우 한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양보하거나 단일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반대로 세 후보 간의 격차가 상당히 좁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단일화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럴 경우 설사 한 후보가 양보의 마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주위에 있는 참모나 지지자들이 후보직사퇴를 결사반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박근혜 후보는 오히려 자신의 지지율이 지나치게 높게 올라가지 못하도록 ‘지지율 관리’에 들어가야 할 판이다. 어떻게든 다자구도로 대선을 치르는 것이 박근혜 후보의 입장에선 승산을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금의 대선구도는 그 어느 대선보다 복잡하게 꾸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 대선을 향한 열차는 출발했다. 대선을 향한 열차는 궤도를 달리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대선 판이 어떻게 짜여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고 이번 대선의 경우는 특히 복잡한 길을 달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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