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등 각종 폐해를 차단하기위해 2007년 도입됐던 ‘인터넷실명제(인터넷게시판 본인확인제)’가 5년 만에 폐지된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사생활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헌재는 23일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 손모씨 등 3명과 미디어오늘이 각각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사전제한할 만큼 공익의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라며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감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용자들이 해외사이트로 도피했으며,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익을 달성하고 있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터넷실명제는‘단순열람자’까지 본인확인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게시판 운영자가 게시글 삭제 후에도 6개월까지 개인정보를 보관토록 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과 부당한 이용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포털업체들은 실명제로 인해 해외업체들과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아온 게 사실이라며 이번 결정을 반기는 모습이다.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은 구글 등은 그간 실명제 적용에서 배제됐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최민식 정책실장은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생태계를 왜곡시켜온 대표적 갈라파고스 규제였다”며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을 폐지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NHN 관계자도 “인터넷게시판 이용이 더욱 활성화 되고 다양한 신규서비스도 가능하게 될 것 같다”며 “해외진출과 해외회원 확보에도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관계자 역시 “이번 위헌결정이 악성댓글이나 불법정보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명제가 없어도 각종 차단장치를 활용하고 있는 해외업체들의 사례도 벤치마킹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악성댓글, 허위정보 등의 양산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주소(IP)실명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를 중심으로 규제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불법,음란,명예훼손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관련법규에 따른 해당 정보 삭제, ID 이용정지 등의 제재는 유지된다. 또한 상습적으로 악플을 쏟아내거나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행위에 대한 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해당 글을 올린 회원에게 벌점부과, 게시권한 정지 등의 조치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와 관련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라며 “헌재 결정의 내용과 취지를 바탕으로 명예훼손 분쟁처리기능 강화, 사업자 자율규제 활성화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