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재벌개혁의 함정]정치권 부작용은 생각 않고 강제적 지배구조 개선만

입력 2012-08-14 13:41 수정 2012-08-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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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경제민주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움직임의 골자는 단연 ‘재벌개혁’이다. 이 중에는 재벌총수의 법적․도덕적 책임 강화와 함께 주요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논란의 화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순환출자’로 대표되는 국내 주요그룹의 지배구조는 그동안 총수 일가가 1% 미만의 지분만으로 수십개에 이르는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구조를 통해 총수일가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경제민주화’라는 미명아래 재벌지배구조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단지 수십년간 이어진 재벌중심의 한국경제구조 개선보다는 연말 대선정국과 맞물린 ‘포퓰리즘’ 성격의 발상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재계도 정치권의 재벌지배구조 개혁을 중심으로 한 경제민주화에 반발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계는 과거에는 정부와 정치권의 대기업 압박에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어 대부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대에 나선 것.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논평을 통해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정치권이 재벌 출자구조를 규제할 경우, 해당 기업들의 투자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상당금액이 소요되는 순환출자 지분을 계열사 또는 우호기업이 인수하더라도 인수금액만큼의 투자가 위축된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 순환출자금지를 골자로 한 지배구조개선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투자 및 고용 위축과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M&A 시도 가능성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경제민주화 쟁점별 토론회 모습. 사진=뉴시스
◇재계, “투자 위축되면 또 압력 넣을거냐?”=재계는 재벌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 순환출자 금지를 법제화 할 경우 가장 큰 문제점으로 ‘투자위축’을 꼽았다.

실제로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입법화될 경우 일부 그룹의 경우 수 조원에 이르는 순환출자 해소비용이 소요된다.

순환출자 금지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해 최근 재벌닷컴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와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등 2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비용을 6조860억원으로 추산했다.

경제개혁연대도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해소 및 경영권 방어를 위해 총수일가가 인수해야 할 지분매입비용이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비용을 추산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일부 시민단체가 산정한 순환출자 해소비용은 최소한의 비용만을 계산한 것”이라며 “실제 일부 그룹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집행할 비용은 더욱 큰 금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수 조원에 이르는 비용을 연구개발, 시설 투자 등에 쓸 경우 훨씬 더 생산적일 수 있다는 논리다.

대표적인 규제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도 정치권의 재벌 지배구조 강제개선 움직임에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기업이 밉다고 해서 무조건 신규·기존 순환출자를 차단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한 한국경제구조 및 관련법안을 감안하면 주요그룹들이 지주회사체제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는 특히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비용이 들어 투자가 위축될 경우 정부와 정치권은 또 다른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불만도 제기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비용지출로 투자와 고용이 보수적으로 이뤄지면 정부나 정치권은 또 다시 재계를 상대로 투자와 고용확대를 주문하지 않겠느냐”며 “정치권이 장기적 국가경제발전보다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주요그룹을 볼모로 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전문가, “옥죄기식 경제민주화 부작용만 양산”=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지배구조개선’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은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지배구조개선을 포함한 경제민주화는 기업들이 생존력을 키워야 하는 현재 상황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결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성장률이 3% 미만으로 전망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성장동력인 대기업의 경영행위를 억압하는 제도가 장기적 관점에서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도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국내 주요기업이 외국기업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계열사와 총수 일가의 의결권이 제한되면 사실상 국내기업들은 외국자본이 마음먹기에 따라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가능해지기 때문.

재계도 순환출자구조에 대한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만을 가지고 순환출자를 전면금지하기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대그룹 관계자는 “순환출자구조의 고착화로 인해 재벌 총수의 지배력만을 높인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순환출자구조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착화 된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오너 경영의 장점이기도 한 투자활성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순환출자 금지 정책은 정책적 목표가 불확실하고 해당 기업에 부담만 준다”며 “투자위축과 일자리 창출 저해 등의 부작용이 큰 점을 고려하여 제도 도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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