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이석중 경치경제부장 "참 낙관적인 박재완 장관"

입력 2012-08-09 10:48 수정 2012-08-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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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 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상은 참 편안했다. 어투는 부드럽고, 생각은 낙관적이다. 경제팀장으로서 믿음이 간다.

그런데, ‘경제위기 상황이라면’ 하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갸우뚱거려 진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경영악화를 우려해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지 오래다.

근로자들은 기업 경영난이 심화될 경우 나타날 구조조정을,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를, 주부들은 급등하는 물가를 각각 걱정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모든 경제주체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그런데도 박 장관은 대수롭지 않다는 투다. 그래서 걱정이다. 경제팀장이 경제위기가 온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도 볼성 사나울 것이다. 그러나 상황 인식은 다른 문제다.

무엇보다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폭발성을 너무 간과하는 듯 하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주택담보대출의 폭발 가능성과 가계부실의 현실화 우려를 내용으로 한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한국은행의 ‘국내은행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현황 및 잠재위험 점검’이라는 보고서는 상업용 부동사 담보대출 규모가 200조원에 육박하고, 연체율은 주택담보대출 보다 오히려 더 높아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또 KDI는 ‘가계부문 부채상환여력의 평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경기부진으로 소득감소, 자산가격 하락 등 충격이 오면 저소득층 부채가구가 상대적으로 취약해 저소득층의 부채가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장관은 한은과 KDI 보고서가 “테일리스크(Tail Risk)이긴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보고서 내용이 마땅치않은 듯 했다.

박 장관은 ‘테일 리스크(발생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위험)를 언급하면서도 ‘폭발력’ 보다는 ‘희박한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듯 하다.

마침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부동산 침체 및 가계부채 대란 등 복합불황 보고서’에서 올해 만기도래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80조원에 달하는 등 주택 및 가계대출이 맞물린 복합붕괴 가능성을 경고하며 방점을 찍었다.

정치권의 추경편성 요구에 대한 박 장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몇조원을 더 써 봐야 경기를 살릴 수도 없는데, 재정 건전성을 해치면서 까지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게 박 장관의 논리다.

곳간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는 재정안정을 위한 게이트키퍼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한다. 하지만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의 할 소리는 아는 듯 하다. 지금은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는 것이 우선이다.

일자리 창출만 해도 그렇다.

민간에 앞서 정부와 공공부문의 솔선수범이 필요한 데도 공공부문은 하방경직성이 커 한번 늘려놓으면 다시 줄이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공부문의 고용확대는 어렵다고 한다.

매사 그런 투다. 정부는 행동은 않은 채 기업들에 대해서는 투자도 늘리고, 고용도 확대하고, 내수도 살려야 한다고 말만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질타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대책이 행동으로 보이지 않고 있다”며 “긴급대책에 대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기업과 국민들도 같은 심정이다.

그런데도 박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현 시점에서 새로운 정책을 발굴·추진하는 것보다는 이미 발표된 과제를 속도감 있게 마무리하겠다”며 퇴임을 준비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전투를 앞둔 장수가 갑옷 벗을 생각부터 한다면 전투의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전장에서는 모든 병사들이 장수만 쳐다본다. 박 장관은 갑옷을 다시 여미고 경제주체들의 사기를 올릴 생각부터 하는 게 옳다. 경제 위기는 시간제 경기도, 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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