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금메달 가는길 이들이 함께한다

입력 2012-07-21 14:53 수정 2012-07-21 15:2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사진 왼쪽부터)태릉선수촌 한정숙 영양사, 이제훈 물리치료사, 천우호 체력지도위원
국가대표 선수들의 요람 태릉선수촌에서 선수·지도자와 함께 올림픽 금메달을 만드는 도우미들이 있다.

이 '도우미'들은 바라던 금메달이 터져 나와도 선수와 지도자 뒤에서 박수만을 보내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도움이 없다면 그 어떤 영광도 만들어지기 힘들다.

선수들의 식사와 함께 영양을 책임지는 영양사, 자잘한 부상 때문에 경기를 망치지 않도록 선수들의 '뭉친 데'를 풀어주는 물리치료사, 각 종목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딱 맞는 몸을 꾸려주는 트레이너 등은 그야말로 필수인력이다.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들 못지않게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 "선수들의 '밥' 제가 책임집니다" = 태릉선수촌 영양사인 한정숙씨는 25년간 국가대표 선수들의 식단을 책임져온 베테랑이다.

진해에서 태백, 태백에서 태릉으로 선수촌을 옮겨 다니다 태릉에 정착한 지도 15년이 됐다.

한씨는 "크게 체중감량, 체중비감량 종목으로 나눠서 메뉴를 짠다. 체조, 유도, 태권도, 레슬링 같은 체중감량 종목 선수들 메뉴에는 아침에 야채류를 많이 포함하고 저녁에 닭가슴살을 따로 준비해둔다"고 메뉴 구성 비법을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끼니마다 뷔페식으로 20가지 반찬을 내놓으니까 하루에 50~60가지 반찬을 내놓는 셈인데 매번 겹치지 않고 새로운 반찬을 내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그도 바빠졌다. 오전 7시30분께 출근해 오후 8~9시나 돼서야 퇴근한다.

한씨는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시차 적응 훈련한다고 밤에 훈련하는 종목이 있는데 이런 종목들은 야식을 따로 챙긴다"며 "근무 시간이 길어 식당 조리사들도 피곤해하고 나도 굉장히 신경쓰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씨는 "선수들이 전지훈련 갔다 와서 태릉 밥이 그리웠다고 말해줄 때 가장 기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림픽에도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한씨는 "태릉 선수촌을 거의 그대로 옮겨가는 것과 같다. 시설이 익숙지 않은 곳에서 밥을 제공하는 데 착오가 없으려면 미리 움직여야 해서 책임감이 많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5월 말에 이미 주방기구, 고춧가루, 미숫가루 등을 배편으로 런던으로 보냈다. 런던에 있는 한인 마트와도 미리 연락을 해놨다"며 "아주 바쁘겠지만 미리 해놨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제가 치료한 선수들, 자식 내보내는 것 같아요" = 태릉선수촌 물리치료사 이제훈씨에게 2012 런던올림픽은 다섯 번째 하계올림픽이다.

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결전지를 누볐다.

아테네 올림픽 유도 영웅 이원희와 베이징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등 이름만으로도 화려한 메달리스트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러나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을 보면 늘 조마조마하다.

"내가 치료한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가는 모습을 보면 꼭 자식 내보내는 것 같아요."

운동을 업으로 하는 선수들이라 회복 기간 단축에 온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씨는 "중요한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부상을 당하면 경기에 나갈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선수들은 따로 몸이 좋아질 시간이 없다. 하루라도 빨리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월급보다 적은 돈을 받고 일하지만 자부심만큼은 대단하다.

이씨는 "엘리트 선수들을 치료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한다. 최고의 선수들에게 최고의 치료를 해주려고 나도 끊임없이 공부한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장미란, 남현희 등 대표 선수들이 선수촌 물리치료사들을 믿고 전적으로 선수촌 내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하다 친해진 선수들과는 비밀 얘기도 나눈다고 귀띔했다.

올림픽 준비도 슬슬 마쳐간다. 선수촌에 있는 치료 시설 중 절반 정도는 이미 런던으로 보내놨다.

이씨는 숙소 1층에 있는 의무실에서 16일간 치열한 메달 레이스를 벌일 선수들의 치료에 힘쓸 예정이다.

그는 "심각한 부상을 겪던 선수가 치료를 받고 경기력이 회복하는 것을 보면 기쁘다"며 "그런 점에서 볼 때 스포츠는 어떤 것보다 극적인 것 같다"고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 "각자가 제 위치에서 노력한 결과가 금메달이죠" = 태릉선수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가장 많은 땀을 흘리는 곳 중 하나는 바로 '월계관'이다.

월계관은 각종 웨이트 트레이닝 장비가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책임지는 사람이 천우호 체력지도위원이다.

7년째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들에게 '선생님'으로 불리고 있는 천 위원은 거의 모든 종목 선수들의 체력 훈련을 지도한다.

선수들의 웨이트 트레이닝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한 기구를 이용해 30초 동안 전력으로 훈련한 뒤 10초 안에 다른 기구로 달려들어 또 온 힘을 쏟아 붓는 방식으로 28개의 기구 운동을 모두 마치는 '슈퍼 서킷 트레이닝'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도 지옥 훈련으로 불린다.

이런 '슈퍼 서킷 트레이닝'은 천 위원과 각 종목 지도자들이 함께 연구해 선수들에게 지시한 것이다.

역도 선수 출신으로 체력교육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천 위원은 각 종목에 맞는 '맞춤'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선수들에게 적용한다.

예를 들어 코트 양쪽 길이가 40m 정도인 핸드볼 선수들에게는 근육의 힘을 더 길러 주고 경기장 길이가 100m에 가까운 필드하키의 경우에는 지구력을 기르는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근력이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양궁이나 사격 종목의 선수들 역시 천 위원의 손을 거친다.

총과 활을 단단하게 들고 있어야 하는 어깨 근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천 위원은 "열심히 가르친 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 오면 그때만큼 기쁠 때가 없지만, 선수들은 충분히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를 내지 못했던 때가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천 위원은 "메달이 나오는 데 있어서 내 역할이 꼭 필요하지만 나뿐 아니라 다른 모든 위치에서 선수들을 돕는 모든 사람들의 힘이 모여서 하나의 메달이 나오는 것"이라며 웃음지었다.

/연합뉴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충전 불편한 전기차…그래도 10명 중 7명 "재구매한다" [데이터클립]
  • [종합] 나스닥, 엔비디아 질주에 사상 첫 1만7000선 돌파…다우 0.55%↓
  • "'최강야구'도 이걸로 봐요"…숏폼의 인기, 영원할까? [이슈크래커]
  • 나스닥 고공행진에도 웃지 못한 비트코인…밈코인은 게임스탑 질주에 '나 홀로 상승' [Bit코인]
  • '대남전단 식별' 재난문자 발송…한밤중 대피 문의 속출
  • ‘사람약’ 히트 브랜드 반려동물약으로…‘댕루사·댕사돌’ 눈길
  • '기후동행카드' 150만장 팔렸는데..."가격 산정 근거 마련하라"
  • '8주' 만에 돌아온 KIA 이의리, 선두권 수성에 열쇠 될까 [프로야구 29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5.29 15:16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607,000
    • +0.31%
    • 이더리움
    • 5,332,000
    • -0.47%
    • 비트코인 캐시
    • 652,000
    • +0.23%
    • 리플
    • 733
    • +0.55%
    • 솔라나
    • 238,400
    • +2.85%
    • 에이다
    • 639
    • +0.79%
    • 이오스
    • 1,134
    • +1.34%
    • 트론
    • 154
    • +0%
    • 스텔라루멘
    • 151
    • +0.67%
    • 비트코인에스브이
    • 87,100
    • +1.28%
    • 체인링크
    • 25,340
    • +0.04%
    • 샌드박스
    • 635
    • +2.9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