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정신·육체 멍들고 경제난까지…때로는 부모자리 놓고 싶어요"

입력 2012-07-12 09:41 수정 2012-07-16 10:5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발달장애인 부모의 애환

“부모지만……. 정말 가끔 다 그만두고 (아이를 두고) 떠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등록된 발달장애인의 수는 총 18만3000명. 전체 장애인의 7.3%에 해당한다. 장애를 겪는 당사자만큼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은 바로 발달장애인의 부모다.

최근 정부에서 최초로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보호자의 애로사항과 삶의 만족도, 정서적 상태를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 발달장애 부모들의 부담은 상상 이상이었다.

◇부모 2명 중 1명은 우울증…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 커 = 스스로 생활이 불가능한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은 평생 자신의 감정과 생활은 죽이고 아이의 그림자로 살아야 한다.

발달장애인들 가운데 모든 일상생활을 혼자 할 수 있는 경우는 10.2%밖에 안 된다. 식사, 세면, 화장실 사용 등을 챙겨주는데만 평균 3.7시간이 소요된다. 자폐성 장애의 경우는 더 심각해 기본생활을 돌보는데만 6시간이 넘게 걸린다.

아이의 교육도 순탄치 않다. 통합교육(일반학교에서 일반학생들과 함께 교육받는 것)이 가능한 학교를 찾아 부천에서 서울로, 광명에서 서울로 몇 시간씩 장애아동과 이동한 뒤 수업 내내 옆에서 자리를 지켜야 한다.

장애 부모는 외출은커녕 가족이나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지도 못한다. 복지부가 실시한 발달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부모 가운데 상(喪)이나 결혼식 등 집안 모임에 못 가는 경우가 42.7%나 된다.

이렇게 장애 아이의 생활과 감정 기복을 따라다니면 부모의 정신적 피로는 극에 달한다. 실제로 발달장애인 부모의 52%는 우울증 증상을 앓고 있다. 2009년 한국복지패널이 조사한 결과 발달장애 부모의 우울지수는 19.43에 달했다.

보통 16점 이상이면 우울증 증상이 있는 것으로 보는데 일반국민(5.03)보다 4배 가까이 높으며 저소득층(11.92)보다 심각했다. 15살 발달장애 아동이 있는 김모(39)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정신적으로)극과 극을 달리기 때문에 장애아동 어머니 중에 우울증이 없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함께 육체적으로도 고단하다. 일거수일투족을 보살펴야 하는데 장애아동들은 자해행동이나 폭력 성향을 보여 이를 제지하다보면 체력 소모도 크다. 특히 아이가 성장하면서 몸이 커지면 부모의 체력은 한계에 다다른다.

자폐성장애 아들(19)을 둔 조택형(47)씨는 “얼마 전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순간에도 아이와 병실에서 함께 있었다”며 “아이는 크는데 나이는 들고 점점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 재활치료만 수 백만원, 경제적 지원은 미미 = 발달장애 부모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비단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뿐만이 아니다. 치료에 드는 큰 비용과 정상적인 구직활동이 불가능해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다.

복지부가 발달장애인 가족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소득지원(30.6%)이었다. 부모 중 한 명은 항상 아이 옆에 있어야 하고 한 사람이 돈을 벌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재활 치료에 지출한다. 재활 및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40분 혹은 시간당 계산되며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통상 언어교육을 기본으로 정서나 미술 등 다른 교육 치료도 병행하고 돌보미까지 고용하면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조택형씨도 아들의 정확한 진단과 재활을 위해 20년 전 당시 연간 500만~1000만원이나 돈을 썼다. 지금은 교육바우처와 활동보조지원금을 주고 있다지만 현재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 혜택을 받는 가정은 전국 가구평균소득 100% 이하(4인가구 월 4387원)만 해당된다. 이번에 지원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6세 미만 영유아에 한해 추가 지원되는 것이 전부다.

특히 이번에 정부에서 지원 대책으로 내놓은 성년후견제에 대해 불만이 크다. 성년후견인은 스스로 의사 결정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의 금전관리, 의료행위가 거주지 결정을 돕기 위한 사람으로 후견인을 고용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부모가 떠맡는다.

한 자폐아동의 부모는 “발달장애 가족 대부분이 소득이 낮은데 성년후견인제를 세워 또 다른 비용을 들이는 것이 실효성 있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이자를 가져가도 상관없으니 국가차원에서 재산을 일괄적으로 관리하거나 인력관리비용은 국가가 지급해줘야 옳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하루 한 시간도 못 쉰다…우울한 워킹맘·대디의 현주소 [데이터클립]
  • 밀양 성폭행 사건 재조명…영화 ‘한공주’ 속 가해자들은? [해시태그]
  • [위기의 빈 살만] ① 네옴시티, 신기루인가...끊이지 않는 잡음
  • LTE 요금제, ‘중간’이 없다…같은 요금에 5G 6GBㆍLTE 250MB 데이터 제공
  • ‘20살’ 종부세 개편 초읽기…"양도·취득세까지 대개조 나서야" [불붙은 부동산세제 개편①]
  • 매크로 이슈 속 널뛰기하는 비트코인, 6만9000달러 선에서 등락 거듭 [Bit코인]
  • 엑소 첸백시 측 긴급 기자회견 "SM엔터 부당한 처사 고발"
  •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여동생이 올린 글…판결문 공개 원치 않는다
  • 오늘의 상승종목

  • 06.1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7,522,000
    • -0.43%
    • 이더리움
    • 5,149,000
    • -1.04%
    • 비트코인 캐시
    • 657,500
    • -0.75%
    • 리플
    • 699
    • +0.14%
    • 솔라나
    • 226,000
    • -0.18%
    • 에이다
    • 618
    • -0.32%
    • 이오스
    • 994
    • -0.3%
    • 트론
    • 163
    • -0.61%
    • 스텔라루멘
    • 140
    • +0.72%
    • 비트코인에스브이
    • 77,900
    • -3.05%
    • 체인링크
    • 22,290
    • -1.2%
    • 샌드박스
    • 586
    • -0.34%
* 24시간 변동률 기준